[사설] 軍,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갖춰라
입력 2011-06-13 17:57
법정 전염병인 뇌수막염으로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병이 숨진 것을 비롯해 오진, 늑장 치료 등으로 인한 군내 사망사건이 잇따르자 군이 이런저런 중·단기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뇌수막염 백신 접종, 훈련소 의료인력 확충, 병영시설 환경 개선 등이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미흡하다는 반응이 많다. 대규모 단체생활을 함에 따라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군의 특성상 전염병 등 각종 질병은 물론 부상의 예방 및 관리를 위해서는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함에도 미봉책이거나 기존 의료체계 개선방안 보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뇌수막염 예방백신 접종만 해도 그렇다. 군은 이르면 내년부터 신병훈련소 입소자 전원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고 밝혔으나 군이 검토하고 있는 백신은 현재 개발 중인 상태다. 군은 내년 하반기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지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신병훈련소 입소자를 제외한 기간병들에 대한 백신 접종은 안 해도 되는가? 군의 설명대로 “뇌수막염의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아 백신 접종이 시급하다”면 어떻게든 예산을 마련해 값 비싼 수입품으로라도 당장 전군 장병에게 백신을 투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훈련소 의료인력 확충은 또 어떤가. 군은 현재 2500여명씩 7개 연대에 각 1명의 군의관을 배치하고 있는 논산 육군훈련소의 군의관을 두 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래봐야 군의관 1명이 1250여명의 건강을 돌봐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논산훈련소에서는 세균성 염증, 폐렴 등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최근에는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사태 이후 강화된 신병훈련으로 인한 환자가 하루 평균 150∼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4명의 군의관으로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나라를 지키러 병영에 들어갔다가 전염병 등 질병에 걸렸거나 부상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애꿎은 젊은 목숨을 잃은 것은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이런 일이 또다시 반복돼서는 안 된다. 군은 ‘사후약방문’이라도 제대로 마련해 부모들이 마음 놓고 자식을 군대에 보낼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