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동완] 통일특화거리 조성을
입력 2011-06-13 17:59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목 놓아 부르던 때가 있었다. 한민족이기 때문에 반드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였고, 굳이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하지 않더라도 통일은 그 자체로 지고지순한 가치였다. 통일조국은 결코 꿈이 아니라 금방이라도 이루어질 현재이며 미래였다.
하지만 분단 상황이 지속될수록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점차 상실되어 통일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왜 굳이 통일을 해야 하는지, 오히려 통일이 되면 우리네 삶이 더 각박해지는 것은 아닌가라는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의견도 많아졌다. 더욱이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와 결혼이주자 등 소위 다문화시대를 살아가면서 한민족이라는 통합논리는 설득력이 더욱 약화되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통일은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갑작스럽게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준비되지 않는 통일은 재앙이지만 준비된 통일은 축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간부 및 자문위원들과의 청와대 초청간담회에서 “우리나라 통일이 앞으로 몇 십 년이 걸릴지 모르지만 독일 통일을 보면 준비는 내일 (통일이) 올 듯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기다리는 통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준비하며 만들어 가는 이른바 통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진정한 통일준비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과 통합이 우선시되어야 한다. 정치, 경제, 안보 담론과 더불어 이제는 통일을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남북한 주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인식적 거리를 좁혀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통일특화거리나 통일마을을 조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나와는 상관없는 멀리 있는 통일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통일문화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이미 외국인 이주노동자나 결혼이민자를 위한 다문화특화거리 및 지역이 조성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북한이탈주민 밀집지역이나 분단의 상징성이 있는 특정지역을 통일특화거리나 마을로 조성하는 방안이다.
거리의 표지판이나 간판도 남북한 언어를 같이 표기하고(예를 들어 아이스크림 상점에 ‘아이스크림’과 ‘얼음보숭이’를 함께 써 놓으면 참 정겹지 않을까), 이 지역에서만 통용되는 통일화폐도 제작해서 사용해 보자. 또한 이 지역에서 남한 출신 주민과 북한이탈주민이 공동으로 창업할 경우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방인이 아닌 함께 먹고 살아갈 동업자로서 서로를 인식한다면 그만큼 통일의 거리도 가까워지지 않을까. 남북한 통일문화 체험 공간으로 관광상품화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연습. 이것이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최우선 과제가 아닐까 싶다.
강동완(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