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욱 찾기’ 원작자 장유정 감독… 창작 뮤지컬 5년 롱런 비결은 ‘겁없는 도전·열정’
입력 2011-06-13 17:35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 같은 작품이에요. 쓰면서도 정말 즐겁고 행복했었어요. 나이 들면서는 어떤 일을 하건 ‘뒷일’을 생각하게 되는데, ‘김종욱 찾기’는 전혀 그런 게 없었어요.”
지난 2일로 초연 5주년을 맞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의 원작자 장유정(35) 감독을 만났다. 그는 뮤지컬 연출자이자 작가, 영화감독으로 짧은 기간 동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온 인물이다.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형제는 용감했다’ 등 내놓는 작품마다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김종욱 찾기’ 5년을 맞는 소감부터 물었다. “이제는 내 것이 아니라 관객들의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떻게 제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어요. 모든 스태프의 것이고 지금은 관객들의 것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의 추억을 잊지 못해 다른 사랑을 찾지 못하는 스물아홉의 여자가 ‘첫사랑 찾기 사무소’를 찾아가며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로맨틱코미디. 스타마케팅을 활용한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니면 선뜻 성공을 장담하기 힘든 공연계에서 ‘김종욱 찾기’는 가히 경이적이라 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소극장 규모의 창작 뮤지컬로 5년 넘게 롱런하며 41만 관객, 100억원 매출을 돌파했고, 김무열 엄기준 신성록 등 숱한 스타들을 배출하기도 했다. 영화와 소설로 전이된 한국 최초의 창작뮤지컬이기도 하다. 14일엔 다섯 번째 시즌의 개막을 앞두고 있다. ‘김종욱 찾기’의 흥행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인 셈.
“이런 결과는 물론 전혀 예상하지 못했죠. 그런 성공이 목표인 것도 아니에요. 처음 제 목표는 (공연계의 중심지인) 대학로에 아는 사람이 생기는 것뿐이었어요. 학교를 걷고 있으면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요.”
‘관객들의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김종욱 찾기’에 대한 장 감독의 애정과 자부심은 남달랐다. ‘김종욱 찾기’의 히스토리를 말하는 그의 표정에선 좋아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사람 특유의 생기가 넘쳤다.
“(창작뮤지컬은 특성상 여러 차례 변형되기 마련인데) ‘김종욱 찾기’는 원작과 현재의 공연이 거의 다르지 않아요. 그에 반해 ‘오! 당신이 잠든 사이’는 처음과는 완전히 달라졌죠.”
원작의 틀을 유지하며 장기 공연할 수 있었던 건 애초의 구성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2∼3년 동안 A4용지 50장에 전개 과정을 구상했다”며 “작품을 쓰는 것 자체는 3일밖에 안 걸렸다”고 말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언제 만나고, 언제 연인이 되는가 하는 과정이 그 50장 안에 빼곡히 적혔다고 한다. 여주인공이 첫사랑의 소재를 알고 있었음에도 찾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지는 결말 부분에선 이야기의 당위성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 틀어박혀 ‘프로이트의 계승자’로 불린 프랑스의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책들을 뒤적거리기도 했다.
‘김종욱 찾기’는 지난해 공유·임수정 주연의 상업영화로도 탄생한 바 있다. 영화 연출도 장유정 감독이 직접 맡았다. “‘네가 아직도 20대인 줄 아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언제까지 그렇게 새로운 일을 할 거냐고. 그렇지만 저는 ‘고여 있는 느낌’이 드는 게 싫어요.” 그는 언젠가 본격 뮤지컬 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현재는 ‘형제는 용감했다’의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