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평가하기엔 이르다”… 72년 中 저우언라이 명언은 통역실수로 와전된 것
입력 2011-06-12 18:48
중국인들의 긴 역사적 안목과는 대조적으로 서양인들의 조급성을 비판하는 데 자주 쓰이는 저우언라이(周恩來·사진) 전 중국 총리의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평가하기엔 이르다”는 명언은 통역의 실수로 와전된 것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저우언라이는 1972년 초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세기 전 있었던 사건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도 신중한 저우언라이의 태도는 당시 서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하지만 당시 닉슨 대통령의 통역을 맡았던 전직 미국 국무부 직원 차스 프리먼은 최근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의 저서 ‘중국에 관하여(On China)’ 출판 기념회에서 “너무나 맛깔스러운 오해가 있었다”고 밝혔다. 프리먼에 따르면 저우 총리의 답변은 당시 회담으로부터 4년 전인 1968년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학생들의 시위에 관한 발언이었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말한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호주국립대학의 제레미 밤 박사는 중국 외교문서를 접한 연구자들 역시 저우 총리의 당시 발언이 1968년 시위에 대한 언급이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미·중 정상회담 준비 당시 저우언라이의 카운터파트였던 키신저 전 장관의 대변인은 “키신저가 정확히 기억하고 있지 않지만 프리먼의 버전이 훨씬 그럴듯하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