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 국가대표 되기 너무 어려워… 일본에 귀화 엄혜랑·혜련 자매, 日 양궁 대표로 월드컵에 출전
입력 2011-06-12 18:48
한국 출신 자매가 일본 양궁 국가대표로 국제양궁연맹(FITA) 2차 월드컵에 나란히 모습을 나타냈다.
하야카와 나미(한국명 엄혜랑·27)와 렌(엄혜련·24) 자매는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터키 안탈리아에서 열린 FITA 2차 월드컵에 일본 대표로 출전했다.
세계무대에 먼저 이름을 알린 것은 언니 하야카와 나미다. 그는 한국에서 전북체고를 졸업한 후 집안 사정으로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채 2004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에서 주니어 국가대표까지 지냈고 한국토지공사(LH)에서 실업선수 생활도 했지만 두터운 국가대표 선발전의 벽을 뚫지 못했다.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일본 대학에 진학한 후 2006년 일본에 귀화했다. 이후 일본 국가대표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출전, 여자 개인 8강전에서 박성현(28·전북도청)과 맞대결을 펼쳤다. 8강에서 전북체고 2년 선배 박성현에 패한 뒤 포옹과 함께 “언니, 축하해”라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언니와 마찬가지로 전북체고에서 양궁 선수로 활약했던 렌 역시 2007년 일본으로 건너가 귀화했다. 현대모비스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태극마크는 달지 못했다. 자매는 지난달 초 일본에서 열린 일본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언니 나미가 1위, 동생 렌이 3위를 차지해 이번 2차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언니 나미는 96강에서 탈락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월드컵에 첫 출전한 동생 렌은 4강에 진출, 11일 열린 여자 개인 3·4위전에서 한경희(19·전북도청)와 맞대결을 펼쳤다. 렌은 앞의 두 세트를 먼저 따내며 선전했으나 4대 6(24-23 26-15 16-23 16-23 25-28)으로 역전패해 아쉽게 동메달을 놓쳤다. 여자부 단체전에서도 일본은 예선에서 9위를 기록한 후 본선 16강에서 독일에 1점 차로 패하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다음 달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자매는 개인전 16강이나 단체전 8강에 진출해 내년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길 고대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