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겹살 대신 다른 부위”… 나들이 식재료 바뀐다
입력 2011-06-12 18:36
서울 왕십리에 사는 주부 안형선(48)씨는 11일 삼겹살 두 근을 저울에 올렸다 일부를 덜어냈다. 다음날 떠날 나들이를 위해 대형마트를 찾았지만, 100g에 2480원짜리 삼겹살 두 근을 사기엔 지갑 사정이 녹록지 않았던 것. 안씨는 “다섯 식구가 배불리 먹으려면 두 근은 족히 사야 하는데 일단 2만원어치만 샀다”며 “나머지 돈으론 저렴한 다른 부위나 쇠고기를 사는 게 나을 듯하다”고 발길을 옮겼다.
MT에 가져갈 식재료를 사기 위해 같은 날 이마트 청계천점을 찾은 대학생 조희문(23)씨도 삼겹살 대신 호주산 쇠고기 업진살을 택했다. 조씨는 “그동안 MT에는 한 번도 삼겹살이 빠진 적이 없었는데 한 근에 1만6000원꼴인 삼겹살을 도저히 살 수 없었다”며 “금겹살 덕분에 ‘꿩 대신 닭’이 아니라 ‘돼지 대신 소’를 샀다”고 말했다.
여름 나들이철에 연중 수요가 가장 많이 몰리는 삼겹살 가격이 1년 전보다 60∼70% 이상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삼겹살 대신 다른 부위를 장바구니에 담고 있다. 12일 현재 삼겹살 100g의 가격은 약 2500∼3500원으로 이미 한우의 도매가를 넘어섰다. 실제로 지난 1∼5월 이마트에서 돼지고기 부위 중 삼겹살의 매출 비중은 45.2%로 작년보다 2.7% 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들은 ‘반값 한우’나 ‘우삼겹’ 등 쇠고기를 여름철 주력상품으로 내놓거나 돼지고기의 다른 부위나 닭고기 등 삼겹살의 대체재 확보에 나섰다.
농협은 11일부터 수도권 28곳의 하나로클럽 매장에서 시세의 절반 가격인 ‘반값 한우’를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11일 오후 농협 하나로클럽 양재점을 찾은 회사원 한미주(38·여)씨는 “한우 불고기가 100g당 1690원이면 3000원 가까이 하는 삼겹살의 절반 가격인 셈”이라며 “1인당 두 팩으로 구매가 한정돼 있는 게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여름 주력상품으로 100g당 1480원에 내놓은 ‘웰빙 돈육 앞다리살’은 보통 앞다리살보다 3배 많은 주 평균 45t씩 나가고 있다. ‘우삼겹’이라 불리는 쇠고기 업진살(호주산·미국산 100g에 1180원)도 2280원인 냉장 돼지고기 삼겹살보다 훨씬 저렴해 삼겹살 대체재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마트 역시 갈비에서 뼈를 발라내고 살코기만 얇게 썰어낸 부위인 국산 ‘돼지 갈빗살’을 15일까지 삼겹살보다 55% 저렴한 100g당 1300원에 내놓고 있고, 닭 가슴살을 간편 조리 식품으로 기획해 선보이는 등 대체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최근 삼겹살 가격 상승으로 구이용 먹을거리에 대한 고객들의 부담이 커져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에 앞서 새로운 나들이 먹거리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