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주가 다시 ‘원위치’

입력 2011-06-12 18:31


이례적인 급등세가 계속돼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됐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유성기업의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유성기업은 전날보다 60원(1.84%) 떨어진 3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파업 때문에 회사의 기술력이 역설적으로 부각되면서 지난달 27일 장중 526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9거래일 만에 최고점 대비 60%로 하락했다.

투자경고종목 지정 예고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달 26일 유성기업을 투자주의종목으로 분류하면서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된 27일에도 유성기업 주가는 계속 올랐고, 거래량은 오히려 파업 이후 최고치(1703만8669주)를 기록했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거래소의 경고를 무시하고 ‘뇌동매매’(시장의 인기, 다른 투자자의 움직임에 편승해 매매하는 것)에 나선 것이다.

반면 유성기업의 2대 주주였던 ‘슈퍼 개미’는 고수답게 미련 없이 손을 털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자동차 용접설비 제조업체 삼전의 황순태(72) 회장은 지난달 27일 자신이 보유한 유성기업 주식 204만2000주 가운데 26만2000주를 장내 매도했다. 2009년 6월 유성기업 주식 143만5000주를 매수해 2대 주주에 오른 황 회장은 “회사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황 회장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차익실현 목적 외에도 유성기업 주가에 낀 거품을 알아봤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투기세력이 개입해 주가를 조작했기 때문에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유성기업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의혹도 있다. 거래소 시장감시부 관계자는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면 대부분 시장에서 반영이 되는데, 유성기업만큼은 특이한 행보를 보였다”고 밝혔다. 하락세로 접어든 뒤에도 지난 7일과 9일 두 차례에 걸쳐 1.7∼2% 상승한 점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종목이라고 해서 맹목적으로 따라 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IBK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원은 “아이디어를 갖고 소신 있게 투자한 것이 아니라 그저 뇌동매매했다면 손실을 입기 쉽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