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제, 날씨에 울고 웃고
입력 2011-06-12 18:28
날씨가 경제를 좌우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유례없는 한파 등 이상기후가 물가에 악영향을 준 데 이어 업종별 매출액 변화에도 희비를 안기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 날씨경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의 1분기 국민소득 통계에 따르면 문화 및 오락서비스업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2.4%로 2004년 2분기(-3.0%) 이후 6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 국민소득총괄팀 김영태 차장은 “추운 날씨로 인한 여가활동 위축으로 문화 및 오락서비스업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기상청 조사결과 올해 1월 전국의 평균기온이 영하 4.4도로 1981년(영하 4.5도) 이래 30년 만에 가장 낮았다.
추위 때문에 사람들이 외식과 외박을 자제하게 되면서 음식숙박업은 매출액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1.8% 줄어들었다. 감소 폭은 2005년 1분기(-3.3%) 이후 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반면 한파가 반가운 업종도 있다. 보건 및 사회복지사업은 혹한에 따른 감기 및 폐렴 환자 증가로 의료서비스가 늘면서 전기 대비 3.1% 성장했다. 서비스업종 중 성장 폭이 도소매업(3.3%) 다음으로 컸다. 수도사업은 동파에 따른 보수 등의 매출 요인 발생으로 지난 1분기 4.3%나 늘어나면서 2001년 1분기(5.2%) 이후 무려 10년 만에 최고 성장세를 보였다. 전기업도 전력수요 증가로 전기 대비 1.8% 매출이 증가했다.
날씨가 미친 간접적인 영향도 만만찮다. 농림어업(-4.5%)과 건설업(-6.1%)은 지난 1분기 구제역 발생 영향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을 보였다. 그런데 이번 구제역 확산은 한파와 상관관계가 높다. 한파가 닥치면서 소독약이 얼어붙는 등 방역작업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건설투자가 부진한 것 역시 구제역 장기화 영향으로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집행률이 전년보다 저조한 때문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국민소득을 구성하는 주요 업종들이 1분기 이상한파의 간접적인 영향에 놓였던 셈이다.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자 기업들도 날씨를 활용하는 경영기법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날씨 변화에 따른 비용과 이익 손실을 보상하는 날씨연계 보험을 이달 초 판매했으며 일부 조선소는 맞춤형 기상정보 시스템 등 기상 정보를 활용해 도장이나 용접 작업을 효율화하고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