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계 대표주자 ‘풍요 속 빈곤’… 20여일 앞둔 한나라당 전당대회 3대 변수

입력 2011-06-12 23:35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와 우호적 관계 고민

비용 15억 예상… 1인당 기탁금 1억원 웃돌듯


한나라당 7·4전당대회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질 전망이다. 전당대회 구도를 가늠할 수 있는 3대 변수를 짚어봤다.

◇누가 어떤 계파의 손 잡을까=가장 큰 관심은 누가 어느 계파의 대표주자로 나올 것이냐다.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여느 때보다 늦어지는 이유 역시 이 문제가 명쾌하게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주류가 된 친이명박계에서는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원희룡 전 사무총장, 나경원 전 최고위원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12일 “김 전 원내대표는 정치적 연륜과 안정감이 장점인 반면 한나라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엔 부족하다는 여론이 있다”며 “반면 원 전 사무총장과 나 전 최고위원의 경우 당의 변화를 보여줄 순 있으나 내년 4월 총선까지 난제가 첩첩이 쌓인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겠느냐는 우려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함께 내일로’ 소속 친이계 의원들은 이날 저녁 모임에서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친박근혜계에서는 재선인 유승민 의원의 단독 출마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친박계가 1인2표 중 1표는 유 의원에게, 나머지 1표를 어느 후보에게 주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친박계 내부 기류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홍준표 전 최고위원을 당 대표로 밀어주자는 그룹이 있는가 하면 소장파의 대표 격인 남경필 의원을 지지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의원들이 저마다 내년 4월 공천에서 자기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을 찾고 있기 때문에 계파별 대표주자라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와의 관계’=내년 총선·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 역시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일단 박 전 대표가 어느 후보를 특정해서 지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친박계 의원들의 일관된 애기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지난 3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회동 직후 ‘민생정책을 잘 실천하는 지도부가 되기를 대통령도 바라고 본인도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근거로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와 각을 세우기보다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민생 행보를 함께할 수 있는 후보가 유리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친이계 한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 대선주자로서 활동하기 좋은 공간을 만들어줄 수 있는 후보가 누구냐는 물음을 피해가기 어렵다”며 “친이계 후보든 아니든 박 전 대표와의 관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박 전 대표와 ‘불편한 관계’였던 홍 전 최고위원이 스스로 박 전 대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고 한다. 이 밖에 그동안 친이계 주류와 다소 거리를 둬 왔던 중간지대 후보들이 박 전 대표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당내에서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사상 최고의 전대 비용=한 핵심 당직자는 “선거인단이 21만명으로 늘어나면서 전당대회 예산이 15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후보 기탁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출마자 숫자에 따라 기탁금이 1인당 1억원에서 1억5000만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전대 기탁금은 8000만원이었다. 매머드급 선거인단 때문에 선거운동 비용 역시 역대 최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손쉬운 선거운동 방식인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발송 비용만 회당 100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전대 출마를 고민 중인 의원들 사이에서는 “투입비용 대비 결과가 너무 작다”는 푸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당초 예상되던 후보 난립 상태가 전대 비용 때문에 자동적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