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대통령, 민간인 학살·성폭행 명령”
입력 2011-06-12 18:26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비무장 민간인 학살, 성폭행 등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명령에 충격을 받은 시리아 군인들은 터키로 피신한 뒤 이를 고발했다.
시리아 중부도시 라스탄에 투입된 한 병사는 “시위대가 무장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도착해서 보니 비무장 민간인이었다. 그들을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이 내려왔다”고 1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말했다. 그는 “한 집에 들어가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여자들은 남편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을 당했다”고 끔찍한 상황을 설명했다.
시리아 서부 홈스에서 시위대 진압 명령을 받은 한 병사는 “시리아 정부가 누구든 학살할 준비가 돼 있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시위대를 향한 발포 명령을 어기면 군인들도 총살당했다”고 증언했다.
시리아 군이 무장헬기까지 동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인권단체 ‘시리아 인권 관측소’는 10일 시리아 북부 마라트 알누만에 모인 시위대를 향해 정부군 헬리콥터가 기관총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지난주 금요기도회를 마친 후 시리아 곳곳에서는 정부군과 반정부시위대가 충돌해 최소 33명이 사망했다고 인권단체들이 전했다. 시리아 군은 터키 국경 부근의 지스르 알수구르 마을 등에 병력 1만5000명과 탱크 등을 동원해 진압작전을 벌였다. 목격자들은 “4000명이 터키로 피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는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이 군과 경찰을 공격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유혈사태 방지를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유엔 관계자가 전했다. 반 총장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수차례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시리아 정부의 시위 유혈진압을 비난하면서 “적십자 등 국제구호단체가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도 민간인 구호활동을 수용하라고 시리아에 요구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등 서방국은 알아사드 대통령을 비난하는 결의안 채택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요청했으나 러시아와 중국은 회의에 불참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