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격훈련 계획”… 남중국해 무력충돌 우려 증폭

입력 2011-06-12 23:40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최근 중국의 급격한 군사적 팽창 움직임에 맞서 베트남이 실탄사격 훈련 계획을 밝혔고, 미국이 최첨단 이지스 구축함을 이곳에 급파했다. 대만은 미사일 탑재 함정을 배치하겠다고 공표했다. 자칫 남중국해에서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영유권 분쟁의 핵심지역은 시사군도(파라셀군도)와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로 중국은 군사력을 앞세워 이곳을 차지하겠다는 욕심을 노골화하면서 분쟁 양상이 심각해졌다. 베트남과 필리핀은 미국의 개입을 요청하며 중국에 맞서는 상황이다.

베트남 해군 당국은 11일 “베트남 꽝남성으로부터 약 40㎞ 떨어진 남중국해 혼홍섬에서 13일 실탄사격 훈련을 6시간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베트남의 실탄사격 훈련은 중국이 지난 9일 남중국해와 인접한 태평양 공해상에서 해군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왔다. 앞서 중국 순시선이 지난달 26일 베트남의 석유 탐사선의 케이블을 절단했고, 31일엔 중국 순찰함은 조업 중이던 베트남 어선에 위협사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베트남의 이번 훈련은 국내의 지지와 국제사회의 동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훈련은 중국 지도자들에게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면서 “역사는 베트남이 영토 분쟁에서 항상 패배자였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필리핀도 중국과 영유권 문제로 충돌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의 대형 심해 시추플랫폼 ‘해양석유 981’이 지난달 23일 남중국해로 출발한 것과 중국 선박의 남중국해 활동에 불안해하고 있다. 볼테르 가즈민 필리핀 국방장관은 지난 7일 남중국해에 군대를 주둔시켜 줄 것을 미국에 공개적으로 요청한 데 이어 12일 필리핀 정부는 또다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남중국해 분쟁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외교적 방법에 의한 분쟁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로버트 게이츠 미 국무장관이 지난 5일 싱가포르 아시아안전보장회의에서 자유항해권 등을 이유로 군사적 개입을 표명했다. 공교롭게도 지난주 하와이 진주만 기지를 떠난 이지스 구축함이 이번 주 초 필리핀에 도착할 예정이다. 필리핀 주재 미 대사관은 중국을 의식한 듯 12일 “이번 훈련은 미국과 필리핀 간 공동방위협약에 규정된 훈련의 일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지스함의 파견은 미국이 이곳 해역에서 중국의 일방적 독주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한편 대만도 12일 남중국해에서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기존 해양경비대가 있는 섬들에 미사일이 탑재된 함정과 탱크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