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IMF총재 선거 3파전 양상… 피셔 vs 라가르드 vs 카르스텐스

입력 2011-06-12 23:42

차기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선거에 변수가 생겼다. 스탠리 피셔 이스라엘 중앙은행 총재가 IMF 총재 선거에 전격 도전장을 낸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다소 앞선 가운데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 피셔 총재 간 3파전 양상이 펼쳐지게 됐다.

◇비유럽인 최적임자=피셔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다시 오지 않을 기회가 생겼다”며 “심사숙고 끝에 IMF 총재직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피셔 총재는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저명한 경제학자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인 벤 버냉키의 스승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1994년 IMF 초대 부총재직을 맡아 멕시코와 러시아 등의 금융위기를 잘 처리했다는 평가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전 세계 경제학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IMF 총재에 가장 적합한 인물’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67세의 고령인 데다 이스라엘, 미국의 이중국적자라는 점은 피셔 총재의 발목을 잡는다. IMF 정년은 70세다. 또 ‘미국 국적자가 IMF 총재까지 장악하려 한다’는 비판은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IMF 총재는 유럽 출신이, WB 총재는 미국 출신이 각각 맡아 왔다. 이스라엘 국적은 아랍국가들의 반발을 살 우려도 있다.

◇판세는=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라가르드 장관이다. 라가르드는 투표권의 35%를 차지하고 있는 유럽의 지지를 받고 있다. 콩고 등 일부 아프리카 국가와 남미 국가들도 그를 지지하고 있다.

카르스텐스 총재는 ‘사상 최초의 개도국 총재’를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출신 4명, 스웨덴 출신 2명 등 역대 10명의 총재는 모두 유럽 국가 출신이었다. 그는 현재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12개국의 공식 지지를 얻고 있지만 라가르드 장관의 세보다는 약하다는 평가다. 피셔 총재는 인물론으로 승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인도 등 강대국들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신의 출신 지역이 아닌 국가들의 표심을 잡아야 총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