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법 점검] 교섭창구단일화-쟁의행위 요건 강화… 노조 세력재편 예고

입력 2011-06-12 18:19


다음 달 1일부터 개별 기업에도 복수노조가 허용된다.

지난해 1월 한나라당 단독처리로 통과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에서 정한 시행 유보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이미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선 새로운 노조를 설립하는 것이 금지됐지만 개정법이 시행되면 2명 이상의 근로자가 제약 없이 노조를 세울 수 있다.

여야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조법 재개정을 공언하고 나섰다.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해 이달 말까지 재개정이 성사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제) 폐지 논의와 맞물리면서 향후 노사관계를 뒤흔들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법이 시행되면 근로자가 자유롭게 노조를 설립하거나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교섭 창구는 단일화해야 한다. 노조 간에 자율적으로 교섭대표 노조가 결성되지 않으면 조합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조가 교섭대표가 된다. 과반수 노조가 존재하지 않을 때는 창구단일화 과정에 참여한 모든 노조가 공동교섭대표단을 구성해야 한다. 노조끼리 연합해 조합원 과반수를 차지할 경우에도 공동교섭대표권이 인정된다. 다만 특정 노조가 개별교섭 의사를 밝히고 사측이 이를 받아들이면 지금과 마찬가지로 노사 교섭이 진행된다. 교섭대표노조가 구성되면 창구단일화에 참여한 모든 조합원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쟁의행위에 돌입할 수 있다. 단일노조의 조합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했던 현재와 비교하면 쟁의행위 돌입 요건이 까다로워진 것이다.

노동계는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조항과 쟁의행위 돌입 요건을 강화한 것을 두고 ‘허울뿐인 복수노조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복수노조 시행에 따라 노조의 세력 변화도 예상된다. 강경 노조가 자리잡은 사업장에 상대적으로 온건한 새 노조가 설립돼 세력을 불리면 그만큼 쟁의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노조가 없거나 쟁의행위에 소극적인 노조가 있던 사업장에선 신설 강성 노조가 득세할 경우 근로자의 목소리가 커지게 된다.

재계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조 간 선명성 경쟁을 유발시켜 사업장 내에 투쟁 기류가 조성되고 교섭비용이 늘어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왔다. 삼성, CJ 등 ‘범 삼성가(家)’처럼 노조 금지를 표방하는 기업은 복수노조 금지 조항을 이용해 노조 설립 시도를 번번이 막아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