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의료체계 개선방안’… 훈련소에 전문의 배치, 간호학과 남학생 장교복무 검토

입력 2011-06-12 23:30

국방부가 최근 육군 논산 훈련소에서 발생한 뇌수막염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12일 훈련병들의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추진하고 있는 군 의료체계 개선방안을 보완하는 데 그쳐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우선 문제가 된 뇌수막염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뇌수막염 백신을 신병훈련소 입소병들에게 투여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백신이 없는 상태다. 개발 중인 백신은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승인단계에 있지만 언제쯤 승인될지 불투명하다. 국방부는 이르면 내년 하반기에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백신의 부작용 등도 점검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백신 접종시기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해외에서 생산되고 있는 뇌수막염 백신의 경우 개당 가격이 상당히 비싸 이를 수입해 전 입소병을 대상으로 접종을 실시할 경우 14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군 일각에서는 현재 육군 논산훈련소를 비롯한 신병훈련소에서 발생하는 질병 가운데 뇌수막염의 경우 발생 환자 수가 2007년부터 올해까지 8명이었고 4명이 사망한 점을 들어 과도한 비용이 투입되는 백신 접종보다는 환자발생 시 신속한 치료체계를 정립하는 데 우선권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군 의료계 관계자는 “국가통합의료체계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군 의료진과 민간 의료진 간 보다 긴밀한 신속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1일 육군 훈련소에서 첫 환자를 진찰한 민간병원의 소견을 받아들여 그와 같이 생활한 훈련병들에게는 치료약을 투여했지만 추가 확산 가능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은 훈련소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급속히 확산될 수 있는 전염병에 대해 안이한 대응이었다는 비판이다.

우수한 전문의료인력의 충원도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임금이나 주거환경 등이 열악하다 보니 군 의료진의 수준이 낮은 상태라는 설명이다. 군의관 1명이 담당하는 인원도 상당히 많다. 세심한 진료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방부가 육군 훈련소 군의관 수를 2배로 확충하고 신병훈련소 지구대 병원에 군의관 외에 응급구조 부사관을 배치키로 한 것도 군의관의 업무 부담을 줄여 진료 및 후속 조치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또 이제까지 훈련소에 인턴을 마친 일반의들을 주로 배치해 왔던 군이 병영에서 빈발하는 질병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전문의를 배치하는 문제를 검토하는 것도 진료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일반대학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남학생들을 간호사관학교 후보생으로 선발해 장교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도 의료의 질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군 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의 성격이 강해 보다 즉각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보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