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사태 일파만파] “15조도 역부족”… 저축銀 해법 공적자금 카드 꺼내나
입력 2011-06-12 10:01
금융당국이 하반기 저축은행 부실 쓰나미에 대비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재원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청와대 금기사항이었던 공적자금 조성설도 흘러나온다. 이번만큼은 정공법을 택해 부실 덩어리를 걷어 내야 한다는 입장과 국민혈세 낭비라는 여론을 의식한 눈치보기가 물밑에서 팽팽히 맞서 있는 형국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실탄’ 마련 비상=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12일 “8월이면 98개 저축은행 영업실적 결과가 나올 텐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마련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특별계정으로는 저축은행 부실을 메우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올해 저축은행 구조조정 자금이 5조3000억원가량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었다. 그러나 1월 삼화저축은행에 이어 2월 부산저축은행 계열 7곳이 영업정지에 들어가는 바람에 이런 추산은 휴지조각이 됐다.
특별계정 재원 최대 15조원 가운데 지금까지 이들 8곳의 정리기금과 예금 가지급금 등으로 4조9000억원가량 빠져나갔다. 부산저축은행이 매각될 경우 인수자에게 순자산 부족금을 현금으로 내줘야 하는데 여기에만 최고 9조∼10조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예상액 6조원을 3조∼4조원 초과해 다른 저축은행 구조조정 재원은 남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현재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걱정한다. 특히 프라임저축은행 예금인출 사태에서 보듯 조그만 부실이나 비리 혐의만 드러나더라도 뱅크런이 번지는 분위기다.
미래희망연대 김정 의원이 최근 금감원의 28개 주요 저축은행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프로젝트파이낸싱 연체율이 21.01%에서 25.17%로 늘어났다. 또 현대스위스2 저축은행은 7.92%에서 22.32%로, 경기저축은행은 21.17%에서 27.15%로 뛰었다. 푸른 저축은행은 22.58%에서 48.57%로 대출의 절반가량이 연체하는 등 대부분 연체율이 급상승하고 있다.
◇공적자금 조성분위기 ‘솔솔’=현재 공적자금 조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물밑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공식적으론 ‘공적자금=국민혈세’라는 인식에 갇혀 공적자금의 ‘공’자조차 꺼내기를 꺼린다. 정은보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저축은행 특별계정이 공적자금 조성을 하지 않기 위해 짜놓은 구조”라며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금융당국에서는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
금감원 일부 관계자들은 공적자금 조성 등 여건만 된다면 일괄 구조조정을 통해 옥석을 제대로 가려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예보도 정부의 공적자금 조성 불가 입장에 대해 ‘할 말’은 하지 않으면서도 군불을 때고 있다.
예보는 이미 공사채(예보채)를 발행해 저축은행 구조조정용 재원을 추가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보채를 발행하려면 정부의 지급보증과 이에 따른 국회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도 정부를 압박하는 분위기다. 예보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저축은행 특별계정 가운데 정부출연금 5000억원을 빨리 조성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5000억원이란 금액 자체만으론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턱없이 못 미치지만 공적자금 조성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Key Word : 공적자금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과 재산에서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국회 동의를 거쳐 동원되는 자금을 말한다. 대부분 금융기관의 부실 채권 매입, 금융기관에 대한 출자, 예금 대지급 등을 위해 사용된다. 예산에서 직접 지원하지 않고 예금보험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하지만 발행한 채권의 이자와 원금 손실은 예산으로 부담한다. 1997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원된 공적자금은 168조6000억원이며, 올 4월말까지 회수된 자금은 전체 자금의 60.1%인 101조원이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