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유럽 홀렸다… “한국 CT 시대 올 것”
입력 2011-06-12 23:27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국내 최정상 아이돌 그룹들이 유럽 문화의 본고장 파리를 홀렸다. 지난 10∼11일 프랑스 파리의 ‘르 제니트 드 파리’ 공연장에서 열린 ‘한국 방문의 해 기념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콘서트가 이틀간 1만4000여명의 관객을 모으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가수들은 이번 공연에서 ‘훗’ ‘왜’ ‘쏘리쏘리’ ‘루시퍼’ 등 44곡을 3시간여에 걸쳐 한국어로 선보였다. 관객 대부분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세르비아 폴란드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한류 스타의 무대를 보기 위해 찾아온 유럽인들. 가족 단위 관객도 심심찮게 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공연장에 찾아왔다는 40대 가장은 “딸들 덕분에 K팝을 좋아하게 됐다. 슈퍼주니어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고마워’ ‘사랑해요’ ‘피자 대신 슈퍼주니어를 달라’ 등 한글 플래카드도 여럿이었다. 태극기도 드물지 않게 눈에 띄었는데 흔드는 사람들은 한국인이 아닌 유럽인들이었다.
성공은 시작 전부터 감지됐다. 두 차례 공연 모두 예매 시작 10∼15분 만에 티켓이 동난 데 이어 10일 열린 첫 공연에서는 시작 5시간 전 이미 1000여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공연장 앞에서 밤샘을 하며 기다린 팬들도 수백 명에 달했다. 공연 전 잠시 쏟아진 소나기에도 이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비를 맞았다. 프랑스 국영방송 2TV를 비롯해 20여개의 유럽 매체와 일본 후지TV 등이 공연장을 찾아 취재에 나서기도 했다. 유럽의 대표적 음반 퍼블리셔인 윌리 모리슨은 “공연을 보며 영국에서 비틀스 공연에 열광하는 팬들을 연상했다”고 말했다.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아이돌 가수들도 고무됐다. 소녀시대 멤버 수영은 “K팝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니 기쁘다”고 말했다. 샤이니 멤버 온유는 “음악이 만국 공통어라는 걸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슈퍼주니어의 이특은 “글로벌 시스템과 외국 작곡가, 안무가, 가수들의 비주얼이 잘 어울렸다. 유튜브와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11일 파리에서 유럽 음악가 및 프로듀서를 상대로 한 콘퍼런스를 열고 한국의 ‘문화 기술(Culture Technology, CT)’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CT는 14년 전 아시아 진출을 시작할 때 IT(정보기술)와 구별하기 위해 만든 용어. 그는 “IT가 지배하던 1990년대 이후에는 IT보다 더 정교하고 복잡한 테크놀러지인 CT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또 한류가 한국의 문화상품을 소개하는 1단계, 현지 회사 또는 연예인과 합작하는 2단계를 넘어서 한국의 CT를 전수하는 3단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며 ‘한류 3단계 발전론’을 제시했다. 그는 “이제 원산지를 가리키는 ‘메이드 인(made in)’이 아니라 누가 만들었는가를 뜻하는 ‘메이드 바이(made by)’가 중요하다”며 “3단계 한류의 스타는 중국인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스타는 바로 SM의 CT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M엔터테인먼트 측은 다음 무대로 오는 9월 4∼5일 일본 도쿄돔에서 10만명 규모의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