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김환기 불패’ 계속될까… 서울옥션, 6월 29일 ‘항아리와 매화’ 출품
입력 2011-06-12 17:31
‘옥션불패 블루칩.’ 최근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잇따라 상한가를 치고 있는 김환기(1913∼74·작은 사진) 화백의 작품에 붙여진 별명이다. 출품작마다 억대의 낙찰가를 형성하기 때문에 이른바 ‘큰손’ 컬렉터들의 아트투자 주요 품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일 미술품 경매회사인 K옥션을 통해 50년 만에 공개된 그의 1958년작 ‘창공을 날으는 새’는 9억4000만원에 팔렸다. 앞서 지난달 30일 홍콩에서 열린 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사 서울옥션의 홍콩세일에서는 김환기 출품작 3점이 모두 낙찰됐다. 이 가운데 60년작 ‘새’가 8억3400만원에 팔렸다.
김환기 작품은 국내 경매시장 낙찰 총액에서 2009년(54억여원)과 지난해(84억여원)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위는 이우환 작품으로 61억여원이었다.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김환기 작품은 228점이 출품돼 176점이 낙찰됐으며, 50년대작 ‘꽃과 항아리’는 2007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자신의 최고가(30억5000만원) 기록을 세웠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이중섭과 박수근 ‘투톱 국민작가’의 작품이 경매시장을 휩쓸었으나 위작 시비가 심심치 않게 불거지고 그림값에 대한 거품이 빠지면서 주춤한 대신 김환기의 작품이 그 자리를 꿰찼다. 이런 고공행진이 계속된다면 박수근의 ‘빨래터’(42억5000만원)가 갖고 있는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경신도 시간문제라는 게 미술계의 관측이다.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이 6·25전쟁 등 어려웠던 시절의 애틋한 서정을 담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면 김환기의 작품은 한민족의 서정을 청아한 색채와 독특한 기법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달항아리, 새, 매화 등 한국적인 소재를 따스한 질감으로 표현하고, 예술과 문학이 어우러진 작품으로 감동을 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옥션은 오는 29일 실시하는 경매에서 김환기의 55년작 ‘항아리와 매화’(추정가 15억원)를 출품한다. 작가가 직접 촬영한 서울 성북동 작업실과 파리 아틀리에 사진에도 등장하는 이 작품은 56년 프랑스 개인전을 통해 첫선을 보였다. 당시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논리적이면서도 장식적으로 펼쳐져 있는 매화꽃들, 나는 새, 달빛은 간결하면서도 사랑스러운 구성을 이루고 있다”고 호평했다.
미술평론가들은 “김환기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인기 있는 것은 구상이면서도 추상성이 도드라져 현대적인 감성에 어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크리스티나 소더비 등 해외 경매에서는 거의 출품되지 않고 국내 옥션 및 고객들의 과당 경쟁을 벌인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