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영혼을 만지는 노래

입력 2011-06-12 17:43


아침에 일어나서 라디오를 켜면 고정된 채널에서 찬송가가 흘러나온다. 언제 들어도 은혜를 느끼고 회복과 치유가 되는 찬송이다. 찬송은 물론이거니와 대중음악, 클래식 등 모든 음악에는 사람의 영혼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수난의 시기를 지내온 우리 민족은 대대로 노래하기를 무척 즐겼다고 한다. 노래를 하며 위로 받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가졌던 것 같다. 밭에 김을 매면서, 논에 모내기를 하면서 노동요를 불렀고 특별한 악기가 없어도 젓가락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거리며 구성진 가락을 뽑아내거나 지게작대기로 지게 발목을 치며 흥을 돋웠다고 한다.

노랫가락의 흥을 즐기던 우리의 국민성을 반영하듯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서 노래방을 볼 수 있다. 동창모임이나 직장 회식 후에 쉽게 찾게 되는 곳이 젓가락 장단의 진화로 탄생한 노래방이다. 그곳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즐기며 ‘우리’라는 공동체를 다시금 확인하기도 한다. 노래방이 단순히 노래만 부르는 곳이 아니라 공통의 코드를 찾아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이 되며, 노래를 잘 부르든 못 부르든 상관없이 정서적 공감이 이루어지는 긍정의 공간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기는 곳이지 노래를 감상하고 노래를 통하여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노래방에서 쾌락적 유희를 즐기는 순간에도 사람들은 진정한 참 기쁨을 달라고 마음 깊이 외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퍼내도 퍼내도 다시 솟아나는 샘물처럼 마음 속 기쁨은 그렇게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 영혼에 참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몇 가지를 소개한 글을 본 적이 있다. 그 중 한 가지 마음에 와 닿은 것이 찬송가 부르기였다. 찬송을 통하여 큰 위로와 힘을 얻는 나로서는 공감이 가는 글이었다. 찬송이 주는 진정한 회복과 기쁨으로 생활에 활력을 찾게 되면 일상에서 엔도르핀이 저절로 생성되는 것이다.

노래는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되는 것들 중 하나이다. 단순히 흥을 돋워주기도 하지만 지루할 수도 있는 일상에 리듬감을 주고 영혼의 자유를 준다. 혼을 담아 부른 노래를 들으면 영혼에 울림이 있다. 특히 마음을 정화시켜주고 새로운 힘과 용기를 주는 찬송이 그렇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닌데 언제부터인지 집이나 차 안에서는 물론이고 어디서나 여건만 되면 찬송을 듣고 부른다.

여러 장르의 음악 중에 찬송이 내게 주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때로는 이슬비처럼 잔잔하게, 때로는 강한 소낙비와 우레와 같은 소리로 영혼에 울림을 주는 찬송을 통해서 내 삶에 변화가 일어남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보니 이제 다른 음악은 귀에 잘 들어오지를 않는다. 오늘도 메마른 심령에 단비가 되어 내리는 찬송을 통하여 영혼 깊은 곳에 평안과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기를 기도한다.

김세원(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