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박인숙] 軍병원과 민간의료기관 연계해야

입력 2011-06-12 17:45


지난 3월 차관회의에서 추진하지 않기로 한 국방의학원 설립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여러 국회의원이 6월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찬성론자들은 군인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국방의학원을 설립해 장기 군의관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논의가 다시 부상한 이유는 최근 의료사고로 사망한 사병들 때문으로 짐작된다.

군인의 건강은 나라의 안보와 직결돼 있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군 의료기관의 시설과 장비는 매우 미흡하고 우수인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고 국방의학원을 설립하는 것만이 해결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군 의료서비스 향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방의학원 해결방법 못돼

첫째, 지금도 의과대학 수가 너무 많다. 현재 의과대학(대학원 포함) 41개, 한의과대학 12개로 모두 53개다. 이 숫자는 인구 대비 미국, 영국, 일본의 2.5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렇게 많다 보니 대학 간 교육의 질에도 큰 차이가 있다. 대학마다 교수와 학생의 비율이 크게 차이난다. 교육병원의 병상 수가 수천에 달하는 의대가 있는가 하면 제대로 된 수련병원조차 없는 의대도 있다. 그리하여 부실의대 퇴출, 또는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방의학원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세금 낭비이며 또 하나의 부실 의대를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학, 특히 의대는 한번 만들면 없애기 거의 불가능하다.

둘째, 군의관 양성을 국방의학원에서만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즉 군인의 질병과 일반인의 질병이 크게 다를 바 없고 군인 가족들도 진료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국방의학원을 졸업한 군의관이라도 10년이라는 의무복무기간이 끝난 후에는 일반의사로 개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의대에서 위탁교육을 통해 군의관을 양성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셋째, 지금 국방의학원을 설립한다고 해도 몇 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첫 신입생이 졸업하고 수련과정을 거쳐 전문의가 되려면 최소 15년은 걸린다. 그때까지 군 의료 수준이 개선되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군 장병과 가족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군인들의 억울한 의료사고는 계속될 것이다. 넷째, 지금도 군의관 숫자가 모자라지 않아 군 의료기관 대신 보건소, 일반병원 및 관공서에서 근무하는 공중보건의도 많다.

이와 같은 이유로 국방의학원 설립을 반대하며 다음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실제적 군 의료수준 향상을

첫째, 국방의학원 설립에 필요한 2400억원과 연간 운영비 800억원이라는 엄청난 세금을 지금 당장 군 병원의 시설 및 장비 개선, 그리고 우수인력 보충에 투자하기 바란다. 현재 군 의료시설은 민간대학병원에 비해 열악하고 우수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군 병원도 대통령이 진료 받을 정도의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야 군인들도 안심하고 진료를 받을 것이다.

둘째, 이미 정한 대로 13명 정도의 신입생을 선발해 일정 수준의 기존 의대에 위탁교육을 시키며 군사훈련을 병행하는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셋째, 군 병원과 민간의료기관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고도의 전문성과 기술이 필요한 특수질환이나 중증질환을 가진 군인 또는 심각한 외상을 입은 군인까지 군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다양한 질환이나 외상치료 전문의를 양성하는 데는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가 필요하다. 실제로 41개 의과대학 중에서도 각종 분야의 우수 전문의를 모두 갖춘 대학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군 병원에서 이러한 전문인력을 골고루 상시 확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박인숙(울산대의대 교수·소아심장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