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익단체 낙선운동에 떠는 국회의원

입력 2011-06-12 17:46

의사의 처방 없이 판매하는 일반의약품을 슈퍼 등에서도 판매할 수 있도록 하려던 정부 정책을 좌절시킨 약사들의 힘을 국회의원들이 두려워한다고 한다. 약사들은 지역 요충지에 자리를 잡은 약국에서 지역 주민들과 접촉하면서 총선 때면 여론 전파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월 자신의 지역구 약사회 정기모임에 불려가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후 일은 진 장관 말처럼 됐다.

약사들이 지역 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한다는 가설은 일견 그럴 듯하지만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소수의 약사와 그들의 검증되지 않은 여론 형성력을 의식해 국민의 80% 이상이 지지하는 정책이 막힌 것은 정치인들의 식견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경우 한 선거구에 개업 약사가 대략 100명 정도 있다고 한다. 이들은 몇 달 전부터 조직적으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에 찬성하면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뜻을 지역구 의원들에게 전했다고 한다. 약사들이 제 밥그릇 지키려는 심정은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정치인들이 거기에 흔들려 국민 편익을 외면한다면 선거 때마다 다짐하는 ‘국민의 공복(公僕)’이란 말이 허망하다.

우리 정치는 지역에 볼모 잡힌 것만으로도 모자라 소수의 직역(職域)에 대해서까지 정치적 배려를 하고 있다. 국회의 비례대표 의원직이 직역 이기주의의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국회에서 보편적인 국정에 신경을 쓰기보다 직역의 이해에 관계된 활동을 우선시하게 되고 대체로 초선으로 끝나 국정 역량도 낮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7, 18대 국회에 약사회 간부들을 비례대표로 영입했다. 비례대표 의원을 직능별로 뽑는 것은 이제는 고쳐야 할 구시대 관행이다.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는 국민 편익이라는 대의를 업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약사법 개정안이 제출되는 등 재추진될 모양이다. 국민이 일반의약품을 슈퍼 등에서 어느 때고 살수 있어 그로 인한 편익을 실감하게 된다면 약사회의 여론형성력이란 것도 위력을 잃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