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뭉친 여행스케치, 젊은 날의 ‘추억’ 스케치한다

입력 2011-06-12 17:47


포크 그룹 ‘여행스케치’가 그간 벌인 공연 횟수는 3000회가 넘는다. 1989년에 데뷔했으니 산술적으로 봤을 때 1년에 136번 이상 무대에 선 셈이다. ‘별이 진다네’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 같은 곡을 통해 사랑과 추억을 노래해온 여행스케치. 이들이 이번엔 아주 특별한 콘서트를 준비했다. 현재 듀오 체제인 여행스케치를 구성하는 원년 멤버 조병석 남준봉 외에도 80년대 말, 혹은 90년대 초 팀에서 활동한 멤버 중 6명이 다시 한 무대에 서기로 한 것이다.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여행스케치를 만났다. 인터뷰 자리엔 공연에 동참하는 문형석 현정호가 동석했다. 90년대 초 여행스케치에서 활동한 둘은 팀에서 나간 뒤 그동안 미국에서 사업이나 학업에 전념했다. 그러다 함께 무대에 섰던 젊은 날의 추억을 한 번이라도 재연해보자는 제안을 받고 일시 귀국했다. 옛 멤버 중 지금은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성윤용 김수현 이선아, 유명 작사가가 된 윤사라 등도 콘서트에 참여한다.

남준봉은 “동창회를 여는 기분”이라며 “데뷔 20주년이던 재작년부터 계속해서 옛 멤버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보자는 얘길 해왔는데 이번에 기회가 돼서 공연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스케치가 듀오가 된 2003년 이후) 기존의 혼성 보컬 그룹일 때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콘서트를 통해서라도 팬들의 향수를 달래주고 싶다”고 했다.

조병석은 “준봉이랑 둘이서 활동하면서 우리 나름대로는 열심히 했지만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이렇게 다시 모이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뿌듯해했다.

이번 공연은 ‘우리들의 여행스케치 콘서트’라는 타이틀로 오는 24∼26일 서울 연세대 대강당에서 열린다. 공연은 크게 ‘설렘’ ‘만남’ ‘수다’ 3가지 테마로 구성된다. 조병석과 남준봉이 설레는 마음을 담아 공연을 시작하면, 6명이 한 명씩 무대에 등장해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옛 기억을 더듬는 ‘수다’를 나눈다. 특별한 무대인만큼 게스트도 화려해 가수 김장훈 김현철 동물원 한동준 등이 공연장을 찾는다.

현정호는 “함께 팀이었을 때 1년 365일 중에 300일은 붙어 다녔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만나 연습을 하는데도 전혀 낯설게 안 느껴진다”고 했다. 문형석은 “연습을 하는데 가사가 기억 안 나서 계속 틀린다. 그래도 열심히 해보고 싶다”며 웃음을 지었다. 둘을 포함해 콘서트에 참여하는 여행스케치 옛 멤버 6명은 공연이 끝나면 다시 ‘현업’으로 복귀한다.

여행스케치는 2000년대 들어 베스트 음반(2003년)이나 미니 앨범(2008년)을 발표하긴 했지만 정규음반은 2002년 내놨던 9집 ‘달팽이와 해바라기’가 마지막이었다. 10집 계획을 묻자 조병석은 “늦어도 내년에는 낼 것”이라고 했다.

“더 이상 새 음반 발매가 늦어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나이가 들어서인지 여행스케치에게 이제 (음악활동을 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앞으로는 할 수 있는 음악 활동은 다 해보고 싶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