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덫’ 10대들의 방황…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 다시 본다

입력 2011-06-12 17:31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Spring Awakening)’은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사춘기 시절의 거친 감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공감은 어렵지 않으나, 관객들이 뮤지컬이라는 상업적 예술에서 기대하는 정제된 형식은 여지없이 깨진다.

◇섬세하게 그려낸 10대의 정서=작품의 주된 정서는 10대 시절의 혼돈스러움이다. 청춘을 회상하는 어른들이 으레 빠지기 쉬운, 턱없는 미화의 함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반항심을 어쩌지 못하는 시절, 어른들은 그들의 호기심을 그저 권위로 억누르려고만 한다. 갈 곳 없는 끓는 심장은 쉽게 일탈로 빠진다. 브로드웨이에서 호평받은 것을 보면 성적과 자살, 청소년 임신 등의 문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닌 모양이다.

대사도 가사도 직접적인데다, 부모나 교사에게 두들겨 맞는 등의 불편한 장면도 곳곳에 나오는데도 무척 세련되게 표현돼 인상적이다. 짜임새있는 연출과 파격 덕분인데, 가벼운 줄거리와 노래를 바탕으로 한 여타의 뮤지컬들과는 다르게 묵직하다.

주인공은 멜키어와 벤들라. 반항과 순수라는 10대의 두 면모를 상징하는 인물들이다. 김무열 조정석 등 스타들을 캐스팅했던 2009년과는 달리 이번 공연에 무대에 선 송상은 윤현민 송상은 정동화 등은 모두 신인급인데, 노련미보다는 풋풋함이 필요한 이 작품에는 어울리는 선택이다. 주연배우들은 각각 제 역할을 해냈다.

◇매력적인 음악, 가사는 거친 욕설=이 록뮤지컬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음악이다. 무대에 불이 켜지면 뒤편에 날것 그대로의 밴드가 보인다. 음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밴드와 함께한다. 극 전개를 돕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뮤지컬을 떠받치는 한 축으로 기능한다.

첫 장면에서 벤들라가 부르는 ‘마마 후 보어 미(Mama Who Bore Me)’, 배우들의 하모니가 인상적인 ‘터치 미(Touch me)’, 아이들의 반항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더 비치 오브 리빙(The bitch of living)’ 등의 노래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그러나 직설적인데다 노골적으로 욕설이 난무하는, 정제되지 않은 가사에 불편함을 느낄 관객도 있겠다. ‘X같은 인생’이라고 뇌까리거나, 노래 앞부분에는 전치사처럼 욕설이 붙는 것은 기본이다.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복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과격함은 소년소녀들의 불온함을 그대로 반영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다. 초반부 이질감을 느끼는 관객들의 호응도 후반부로 갈수록 높아진다.

무대는 촘촘히 짜여 있다. 무대의 양 옆에는 관객들이 앉아 있는데, 이 관객들마저 무대 장치의 하나다. 장면을 강조하기 위해 무대 한복판에서 가로·세로 2m 규모의 장치가 들어올려져 자못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조명과 무대 움직임, 음악, 연기가 완벽하게 합치돼야 제대로 기능하는 장면도 곳곳에 존재한다. 중요한 전환 장면에서 암전이 늦다거나, 노래 부르는 배우의 목소리가 쉰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있는 실수지만 다소 아쉽다.

파격 때문이었을까. 2009년 한국 초연 당시 장기 공연을 했음에도 흥행에선 별 재미를 못 봤다. 2년여의 시간이 관객들의 거부감을 완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9월 4일까지 공연 중이다.

중견배우 송영창이 출연하는데 주연을 맡은 송상은이 그의 딸이다. 윤현민은 ‘김종욱 찾기’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 원작으로 2007년 토니상 8개 부문 수상작. 17세 이상 관람가.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