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주의보! 6~7월 기승… 성인 때 걸리면 더 악화, 백신 접종이 최선
입력 2011-06-12 17:34
A형 간염 예방을 위해 바짝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가 됐다. 6∼7월은 A형 간염이 연중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하지만 요즘 소화기가 좋지 않아 병원을 찾는 성인 환자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A형 간염 예방의 중요성을 모른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소화기병 전문 비에비스나무병원 서동진 박사팀은 5월 한 달간 성인 남녀 578명을 대상으로 A형 간염 예방법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A형 간염 항체 보유 여부를 모른다는 응답자가 38%, A형 간염 항체 생성을 위한 예방백신을 맞은 사실이 있는지조차 모른다는 응답자가 4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2일 밝혔다.
더욱이 ‘항체가 없는데도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간 큰’ 응답자도 21%나 됐다. 반면 ‘항체가 없어서 백신을 맞았다’는 응답자와 ‘항체가 있어서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응답자는 각각 18%로 전체 조사 대상자의 36%에 불과했다.
서 박사는 “A형 간염은 항체가 없을 경우 백신을 맞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특히 다른 간 질환을 앓고 있거나 올 여름 정기휴가 때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 쪽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지금 바로 가까운 병원을 찾아 A형 간염 예방백신을 맞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이나 음식, 조개류 등을 먹었을 때 감염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감염자의 대변으로 배설돼 전파된다. A형 간염은 계절과 관계없이 발생하지만 야외활동과 해외여행 등이 많아지는 봄부터 여름을 거쳐 가을까지 주로 유행한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08∼2010년 3년간 A형 간염 환자 월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7%)부터 늘기 시작해 6월 16%로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7월(14%) 이후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각각 4% 안팎의 발생률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A형 간염을 가장 경계해야 할 계층은 20대 청년들과 30대 중년들로 각각 전체 환자의 37%, 43%를 차지한다. 감염 질환 전문가들은 비교적 깨끗한 위생환경에서 자란 세대여서 과거 A형 간염을 가볍게 앓은 뒤 항체를 보유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특이하게도 어릴 때 감염되면 가벼운 감기 정도로 앓고 지나가는데, 성인이 되어 걸리면 그 증상이 훨씬 심해진다.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전신피로감,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역질이 나타나 감기몸살이나 위염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그 후 소변 색깔이 콜라 색처럼 진해지면서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하는 황달 증상을 겪게 된다. 심하면 전격성간부전으로 발전, 생명이 위험해지는 경우도 있다.
A형 간염을 간과하기 쉬운 것은 초기에 감기 증상과 구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기 증상을 보이면서 식욕이 떨어지고 피로감과 온몸에 힘이 빠지는 권태감이 심하며 속이 울렁거릴 경우 한번쯤 A형 간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A형 간염은 급성 간염만 일으킬 뿐,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진 않는다. 한 번 앓고 지나가면 항체(면역)를 보유하게 돼 다시 감염되지 않게 된다.
A형 간염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식사 전이나 음식을 조리하기 전, 화장실 이용 후, 외출 후에는 손을 깨끗하게 씻고 날것이나 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지하수나 약수 같은 물은 반드시 끓여 마시도록 한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85℃ 이상으로 가열하면 죽는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A형 간염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다. A형 간염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는지 여부는 가까운 병원에서 피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예방백신은 1차 접종 후 6∼12개월 후 한 번 더 맞는 것으로 끝난다. 접종 후 A형 간염 항체 형성 및 예방 효과는 95% 이상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