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자살 예방 대책

입력 2011-06-12 17:29


자살 예방 대책 마련이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요즘 언론에서는 연일 연예인의 자살 소식이나 청년들의 연쇄, 혹은 집단 자살 사건이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알려진 사람들의 자살이나 관심을 끄는 자살 사건보다 알려지지 않은 일반 국민들의 자살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간 자살이 배 이상 늘었고, 그 증가율도 매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9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28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자살은 20∼30대 청년들의 사망원인 1위이다. 우리나라 노인 인구 집단에서의 자살도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 사회의 자살 증가에 대해 많은 설명과 해석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대화와 세계화를 압축해서 경험하고 있다. 그 결과 급격한 사회 변화, 경쟁, 적응의 문제들이 상존하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양극화가 자살 증가의 원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벌어진 문제에 대한 해결의 부재, 즉 사회복지체계와 정신보건정책의 미비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 문화의 특성과 최근 경쟁적이고 대결적인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다고 한다.

자살은 이렇듯 복잡한 사회 문제들과 개인 정신건강의 피폐가 낳은 최악의 산물이다. 단순히 개인 문제로만 자살을 넘길 수가 없는 이유다. 이미 자살 증가는 우리나라 사회경제와 정신건강을 대표하는 상징적 적신호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올해 제정돼 자살예방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급증하는 자살을 막기 위해서는 거시적이고, 관념적 담론은 큰 도움이 안 된다. 실제적인 자료에 근거하여 검증된 자살예방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이미 나와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자살 위험 취약 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과 과거 자살 시도 경험자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또 가장 흔한 자살 수단이 되고 있는 농약과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우울증을 제대로 관리하고 퇴치할 대책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만성질환을 앓는 취약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개별 사례관리, 일부 제초제의 생산 금지를 포함한 강력한 농약 관리 대책, 우울증에 대한 획기적인 치료 기회 제공, 그리고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경찰에 인지된 자살시도 사례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가 시급하다.

아울러 우리나라 사회경제문화 전체에 대한 자살 관련 가설을 검증하고 갖가지 사연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자살 문제 중 가장 약한 연결고리를 찾아 차단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체계적인 조사연구 사업도 필요하다.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기획홍보실장 정신과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