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예수는 누구인가
입력 2011-06-12 17:23
(49) 최초의 신앙고백
마가복음 1장 1절은 이 복음서 전체를 요약하고 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 복음의 시작이라.” 이 책은 복음을 다룬다. 좋은 소식 또는 좋은 소식을 전해서 받는 상이 복음이라는 당시 헬라어의 뜻이다. 신적인 위대한 왕의 탄생 소식과 연결되기도 한다. 신약성경에서는 하나님의 아들이 오심으로써 본격적으로 시작된 하나님 나라에 대한 소식을 뜻한다.
마가복음이 말하는 복음은 구체적으로 예수란 사람에 대한 것인데, 그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께서 세상을 구원하시려고 ‘기름을 부으신 자’ 곧 그리스도시다. 마가복음 전체는 이 복음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다루고 있다.
독자는 예수의 정체를 처음부터 알고 들어간다. 그러나 복음서에 나오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가족들도 예수가 누구인지 모른다. 바리새인과 사두개인과 다른 지도자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예수님이 부르신 제자들도 스승의 정체를 정확히 깨닫지 못한다.
마가복음의 전체 흐름에서 일찌감치 예수의 정체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그걸 폭로하려는 존재가 있다. 악한 영들이다. 1장에 벌써 그런 장면이 나온다. 예수님이 가버나움의 회당에서 가르치실 때 어떤 사람 속에 있는 더러운 귀신이 말한다. 24절이다. “나사렛 예수여, 우리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우리를 멸하러 왔나이까. 나는 당신이 누구인 줄 아노니 하나님의 거룩한 자니이다.” 34절은 예수께서 귀신을 내쫓으시면서 귀신들이 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까닭은 “귀신이 자기를 알므로.”
예수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때, 귀신들은 정확하게 안다. 귀신같이 알았다. 그러나 이런 지식을 믿음 또는 신앙고백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사실에 대한 인식은 신앙고백은 아니다. 인식에 순종과 헌신이 따라야 신앙고백이 된다. 존 웨슬리 목사는 예수님이 그리스도시라는 사실을 알 뿐 삶의 변화와 헌신이 따르지 않는 것을 ‘마귀의 믿음’이라고 했다.
본격적으로 신앙고백이 등장하는 것은 8장 29절에서다. 베드로의 고백이다.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 1장 1절을 정확하게 받고 있다. 그러나 베드로의 이 고백은 충분하지 않다. 귀신들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베드로의 고백도 사실에 대한 인식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바로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안다. 예수님이 십자가 사건을 공개적으로 말씀하시자마자 베드로가 가로막고 나선다. 예수님에게 대든다. 예수님은 베드로를 강력하게 책망한다. 8장 33절이다.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마가복음을 다 뒤져봐도 1장 1절대로 신앙고백을 하는 장면이 없다. 15장 39절에 오기까지 말이다. 이 구절은 마가복음에서 최초의 본격적인 신앙고백이다.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백부장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을 지휘한 로마 군대의 장교다. 그리고 이방인이다. 이 점이 중요하다. 바로 앞 절에서 예수님이 숨지실 때 하나님과 사람, 유대인과 이방인을 갈라놓은 휘장이 찢어져 하나님께 가는 길이 열렸다고 증언한 걸 기억하라!
최초로 신앙을 고백한 사람은 이방인이었다. 이 사실은 앞으로 일어날 엄청난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 교회 공동체에 수많은 이방인이 들어올 것이다. 그들이 신앙고백의 위대한 흐름을 주도할 것이다.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