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예상깨고 기준금리 깜짝 인상 왜?… 근원물가 급등 막기 ‘선제적 대응’

입력 2011-06-10 22:2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국내외 경제 불안 요인에도 불구하고 이달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가수준이 여전히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금통위는 하반기 근원물가(농산물과 석유류 등 외부 충격에 의해 물가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한 장기적이고 기조적인 물가)의 상승세에 초점을 맞추면서 이번 금리인상이 선제적 대응임을 강조했다. 정부의 계속된 물가안정 시그널도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근원물가 우려감, 해외악재 수습 가능 판단=10일 한은이 배포한 ‘통화정책방향 관련 기자간담회 자료’에는 이전과 달리 근원인플레에 대한 설명이 처음 나왔다. 자료는 “근원인플레이션율은 그동안의 유가 및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이 가공식품 가격, 개인서비스요금 등에 파급되면서 3%대 중반으로 높아졌다”고 서술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이에 대해 “구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되는 것은 막아야겠다고 판단돼 근원물가를 주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관심의 추가 소비자물가에서 근원물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근원물가는 지난달 3.5% 올라 2009년 6월(3.5%)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한은은 올 4분기에 가서는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국내외 경제 악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습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스 신용등급 강등 등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김 총재는 “그리스 사태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지 않고 해결이 될 것으로 생각돼 이 같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소비 및 설비투자 부진도 일시적인 자동차 생산 감소 등에 기인할 뿐 상승기조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지난달 일평균 수출액이 21억8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수출 호조가 이어진 점도 기준금리 인상을 뒷받침한 요인이었다.

금리 잣대 오락가락 비판도=최근 들어 금리인상에 너그러워진 정부 입장도 금통위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박재완 신임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통위가 열린 이날 물가안정대책회의를 갖고 “물가안정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같은 날 대통령 혹은 재정부 장관 주재의 물가안정을 위한 경제대책회의가 있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시점이 너무 절묘하다”고 말했다.



금통위 금리 결정 잣대가 여전히 오락가락하고 있다는 비판도 시장에서 나왔다. 대우증권 윤여삼 선임 연구원은 “이달 금리를 올린 근거인 근원인플레에 대한 우려는 지난달에도 제기됐는데 5월 동결, 6월 인상으로 서로 다르게 나온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지난달 말 김 총재가 ‘글로벌 환경이 정상화돼야 중립금리로 올라갈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 대외요인을 강조하다 (별 문제가 없다며) 금리를 올린 것은 시장과의 소통이 여전히 막혀있음을 보여준 것”라고 지적했다.

고세욱 백민정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