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저축銀 부실, 대형화 정책 탓 공적자금 투입해야 치유 가능”

입력 2011-06-10 18:08

저축은행이 사실상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원인은 정부의 정책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됐다. 저축은행 부실해소를 위해서는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10일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한국금융학회의 ‘서민금융, 저축은행의 현안과 발전방안’ 심포지엄에서 “저축은행은 서민과는 동떨어진 영역으로 업무를 확대해 왔으며 서민금융기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실증적 증거를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저축은행 전체 대출금 62조4000억원 가운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부동산 관련대출이 48.5%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대출은 37.3%, 가계대출은 11.9%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한국형 PF의 구조적 취약성, 업계의 자산 확대 경쟁과 더불어 금융당국의 무능력, 무성의가 이번 부실 사태를 일으켰다”면서 “특히 저축은행의 대형화 정책은 결국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능력을 거의 향상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대형화 전략을 포기한다는 전제 아래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대형 저축은행은 규제하되 건실한 소규모 저축은행에는 특화 전략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도 ‘저축은행 부실의 현황과 원인·대책’ 발표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회피한 채 인수·합병(M&A)이나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처리하면서 저축은행 대형화 정책을 편 것이 화를 키웠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6월∼2010년 말 감사보고서 등을 조사한 결과 그룹 계열화와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는 27조원에서 지난해 말 86조9000억원으로 3.2배 불어났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독립 저축은행 수는 70개사에서 47개사로 줄어든 반면 그룹 소속 저축은행 수는 13개에서 25개사로 늘어났다. 그룹 계열 점포 수도 44개에서 162개로 122개나 급증했다.

김 교수는 감독당국이 금융위기 때 PF대출 부실이 심각해지는데도 구조조정보다 합병 등의 임시방편에 의존해 업계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부 여당의 정치적 부담과 정책 및 감독 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을 피하기 위해 편법에 의존하면 금융산업 질서 왜곡 문제는 치유되지 않는다”면서 “공적자금은 적기에 충분한 양만큼 투입해야 장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