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리인상, 가계부채와 상극만은 아니다

입력 2011-06-10 17:36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기준금리를 연 3.25%로 종전보다 0.25% 포인트 올렸다. 8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지난달까지 다섯 달 연속 4%대의 소비자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인상 결정이 쉽지 않았겠으나 금통위는 가계의 금융비용 부담보다 물가를 더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고공행진 중인 물가를 감안하면 금통위의 이번 인상은 뒤늦은 듯하다. 금통위 회의 직후 김중수 한은 총재는 그리스 재정 위기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지 몰라 지난달엔 금리 인상 결정을 못 했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인식은 물가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금통위 본연의 역할과는 좀 거리가 있다.

가격변동이 심한 농산물과 유류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달 3.5%를 기록, 소비자물가상승률에 근접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하반기에 더욱 악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기, 수도, 도시가스, 지하철·버스 등의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대기 중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양날의 칼과 같다. 물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책이면서 동시에 기업·가계의 금융비용을 늘리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은 지난해 146%로 전년보다 3% 포인트 악화됐다. 그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에 적잖은 부담을 떠안길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에 금리 인상을 실기하면 물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은 고사하고 결과적으로 가계의 부채조정 노력을 가로막는 문제점도 생긴다. 가계가 자발적인 부채조정에 나설 수 있는 유인으로서도 금리정책은 유효하다고 본다.

공공요금 인상 문제는 우선 물가 당국이 지혜를 모아 단계적 인상 방식을 택하도록 하거나 해당 공공기관의 비용 절감을 통해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 통화 당국의 선제적인 물가 대응이 요청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미국 경기의 위축 가능성, 유럽의 재정 불안 등 대외 경제 환경이 대단히 유동적인 만큼 향후 신축적인 금리 대응의 여지를 확보한다는 뜻에서도 통화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