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소녀 가장돕기-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나눔회’] 성금 모아 15년째 그림자 후원

입력 2011-06-10 17:42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나눔회’(회장 서일범) 회원들은 지역 내 어렵게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형이자 언니, 아저씨로 불리고 있다. 나눔회는 전주를 비롯, 익산 김제 등지에 사는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따뜻한 정을 15년째 나누어 오고 있다.

나눔회는 1996년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울산공장에서 전주공장으로 생산시설과 인력이 이전한 뒤 실시한 대둔산 한마음교육을 통해 17명이 뜻을 모은 게 계기가 됐다. 불우한 이웃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보람 있는 생활을 하자는 것이었다.

상용 생산관리부에 근무하는 김일환 사우를 회장에 추대하고, 십시일반 성금을 모았다. 첫 해에는 소년소녀가정 1가구만 지원했으나 현재는 어린이재단을 통해 15가구에 매달 10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또 명절과 연말에는 쌀과 고기, 학용품 등을 갖고 직접 각 가정의 문을 두드린다.

더불어 자폐아들이 있는 익산 새소망보호시설에도 매년 100만원 상당의 물품을 보내고, 결식아동들에게도 매달 20만원씩 보내고 있다.

현재 회원 165명에 후원자가 40명이 넘는 큰 모임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회원들끼리도 서로 얼굴을 잘 모른다. 대부분 앞에 나서기를 꺼려 1년에 한 번 정기총회에도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언제부턴가 가정 방문은 고종연(46) 총무가 전담하고 있다. 회원들은 각 집의 큰 어린이가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지원하고 있다. 가끔 시골에 사는 소년가장의 할머니들이 텃밭에 기른 마늘이며 콩이며 고구마를 싸 주기도 한다.

이들 회원에게 한 할머니의 사연은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칠순이 넘은 이 할머니는 자식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한 뒤 30년 동안 직장에 다니다 한 형제를 10년 넘게 친자식처럼 키워 왔다. 세 들어 살던 이들의 부모가 외환위기 때 아이들만 남겨둔 채 도망친 뒤부터다.

“‘아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며 거둬들인 할머니가 3년 전 집 전세권마저 큰 애에게 넘겨줬다는 얘기를 듣고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고 고 총무는 말했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어린이들도 있다. 10여년 전 한 고교생이 꼬박꼬박 받아온 생활비로 동생 몰래 오토바이를 사서 친구들과 놀러만 다녀 회원들을 씁쓸하게 했다.

이들은 다음달부터는 각 가정을 돌며 방안 도배와 장판을 새로 해줄 작정이다.

서일범(54) 회장은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우를 더 모아 좀 더 많은 어린이들에게 따스한 손길을 보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