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 테러 감행 알카에다 능력 보여주자” 빈 라덴 지시 드러나
입력 2011-06-09 18:46
사살된 오사마 빈 라덴은 알카에다 조직이 어떤 형태의 테러도 감행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다양한 테러 전술을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미 중앙정보국(CIA)이 지난달 빈 라덴 은신처에서 입수한 ‘빈 라덴 파일’ 등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고 전했다. CIA 분석팀은 빈 라덴이 작성한 일지와 5개 컴퓨터에 내장된 자료, 10개 하드 및 110개 플래시 드라이브에 대한 암호해독 작업을 6월 중순까지 끝낼 예정이다. 현재 95% 정도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빈 라덴은 우선 9·11테러 같은 대규모 테러를 선호했다. 대규모 테러 제안은 그가 알카에다 및 다른 테러조직 등 자신의 추종세력과 교신한 자료에서 나타나고 있다. 빈 라덴은 대규모 테러가 미국에 타격을 가하고 중동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소규모 테러도 장려하는 지시를 했다.
예멘의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가 독단적으로 감행하는 소규모 테러의 장점을 거론했다. 이는 서방 세계의 강화된 대테러 작전의 허점을 찌르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 정보당국은 대규모 및 소규모 테러의 혼용 이유가 다양한 방법으로 언제 어디서든 미국에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알카에다 조직의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빈 라덴과 유럽, 아프리카 등지의 추종 세력의 교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중간 테러지휘자들이 빈 라덴의 주의를 끌려고 경쟁하거나 상대방을 헐뜯는 경우도 나타났다고 AP가 전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빈 라덴 파일 분석을 통해 임박한 테러 공격이 있는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빈 라덴은 유럽 조직들에 성탄절 이전 불특정 유럽 국가에 대한 공격을 조언했지만 실제로 진행됐다는 징후는 드러나지 않았다. 그가 유조선 공격 의향을 내보인 적도 있지만, 이 역시 실행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증거는 없다.
정보 당국은 자료 분석 이후의 시점에 최소 2명의 알카에다 요원이 체포될 것을 우려해 여행계획을 최근 변경한 것으로 판단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