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입학제 또 논란 현실성 있나… 기부금 ‘일류大 쏠림’ 기여입학땐 심화 우려
입력 2011-06-09 18:29
반값 등록금 논의가 ‘기여입학제’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반값 등록금을 위한 재원 마련 방편으로 기여입학제를 거론했지만 오히려 이 제도가 대학 양극화를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반발이 크다.
9일 대학알리미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전체 332개(사립대·전문대 포함) 대학 기부금(교비회계·산학협력단 회계 포함)은 5812억원이다. 학교별로 환산하면 평균 17억5000만원 수준이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달성하려면 대학이 3조원가량을 기부금이나 수익사업으로 조달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 산술적으로 3조원을 채우려면 대학이 5배 가까운 기부금을 모아야 한다.
저조한 기부금 모금 활성화를 위해 나온 것이 기여입학제다. 기여입학제는 대학이 기부한 사람의 자녀에게 입학 자격을 주는 것으로 미국 등에서 실시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금지하고 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입학의 대가로 기부를 하는 ‘거래’가 아니라 기부 10∼20년 후에 기부자 자녀나 지정하는 사람을 입학시키는 방식을 도입하면 된다”며 “지금처럼 대학 재정이 열악한 상황에서 국고로 다 지원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열린 대교협 총장 세미나에서도 기여입학제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장이 나왔다.
문제는 지금도 대학별로 기부금 모금에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2009년 기준으로 고려대가 기부금 473억원을 모으는 등 상위 10개대는 100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았다. 반면 기부금이 1억원도 안 되는 대학이 전국 130여곳이나 된다. 아예 기부금을 받지 못한 대학도 12곳이다. 2001년 이후 대학별 기부금 적립 현황을 봐도 기부금 1위에서 30위까지의 대학 기부금이 전체 기부금 총액의 74%까지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기여입학제마저 허용할 경우 소수 주요 대학과 나머지 대학의 기부금 양극화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반발이 크다. 기부입학은 결국 서울 주요 대학이나 의대 등 인기 학과에 치우칠 게 뻔하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재삼 연구원은 “기여입학제는 결국 몇몇 주요 대학이 돈으로 ‘입학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소수 주요 대학은 명품 대학을 만들고 나머지는 포기하겠다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미국도 노골적인 기여입학제는 하지 않는다”며 “학생의 부모나 조부모가 특정 대학에 꾸준히 기부를 했을 때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약간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