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등록금 갈등] 대학 “당장은 곤란” 사실상 거부
입력 2011-06-09 18:28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주요대학 총장들이 9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회동에서 ‘반값 등록금’ 방안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표시했다. 총장들은 국회에서 민주당 ‘반값등록금 특위’(위원장 변재일) 주최로 열린 조찬 간담회에 참석해 “정부 재원지원 없이는 즉각적인 등록금 인하는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고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이 전했다.
손학규 대표는 모두 발언을 통해 “아시다시피 등록금 문제는 이제 대학의 문제만이 아니고 전 국민적인 문제가 됐다. 민생 중의 민생이 돼 있다”며 “학생들은 거리로 나섰고 학부모가 등록금 때문에 목숨을 버리는 일도 생겼다. 대학생들이 공부가 주업인지, 아르바이트가 주업인지 모를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반값 등록금 정책에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우리나라 대학등록금이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다”면서 “전체 등록금 14조원 중에 사립대학교 학생들이 내는 등록금이 12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총장들 반응은 전체적으로 냉담했다. 이 대변인에 따르면, 총장들은 “특정 목적에 쓰기 위한 대학 적립금을 등록금 인하에 전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반값 등록금은 다수결이나 정치적 논리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등으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한 총장은 “어느 날 갑자기 등록금을 낮춘다니 황당하다. 2∼3년 시간을 가지고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총장은 “등록금 비싼 것이 문제인가. 국립대보다 훨씬 더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에 20만명이나 유학을 가고 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간담회에는 대교협 회장인 김영길 한동대 총장을 비롯해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홍익대 숙명여대 서울여대 한림대 영남대 전주대 영산대 등 사립대 총장들과 국·공립대에서 유일하게 전남대 총장이 참석했다.
이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부 재정지원이 선행된다면 대학들도 등록금 인하 노력을 하겠지만 어느 날 갑자기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곤란하며, 점진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