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빨간불’ 비관론 엄습… 피치까지 잇단 강등 경고

입력 2011-06-09 18:24


미국 신용등급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경고가 또 나왔다. 정부가 빚을 낼 수 있는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채무한도 상향은 미 의회에 달린 문제다. 정치적 해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의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재앙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일시적 디폴트 가능=신용평가사 피치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 의회가 8월 초까지 채무한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8월 15일 이후 미국의 모든 국채 신용등급이 정크(투기) 수준인 B+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 2일 같은 경고를 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 4월 미국의 신용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3대 신용평가사 모두 미국에 신용등급 관련 경고장을 보냈다.

신용평가사 세 곳의 의견은 똑같다. 미 의회가 연방정부의 채무한도 14조3000억 달러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 적자는 심각한 수준이어서 지난달 채무가 한도를 넘어섰다. 의회가 이 한도를 늘려줘야 정부가 정상적으로 재정을 운영할 수 있다.

피치는 무디스와 S&P보다 더 구체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지침을 밝혔다. 8월 2일까지 채무한도가 늘지 않으면 국가신용전망을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시키고, 4일이 만기인 국채 300억 달러가 상환되지 않으면 해당 국채 등급을 B+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8월 15일이 시한인 채무가 이행되지 않으면 모든 미 국채 등급이 B+로 낮아진다.

미국이 빚을 갚지 못한다는 가정은 잠깐이라도 디폴트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담당 데이비드 라일리 대표는 “극히 이례적이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미국과 세계의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의 ‘불장난’=위기는 미 의회의 합의로 ‘한방’에 해결될 수 있다. 신용평가사들도 최악의 경우는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백악관이 예산 감축안에 동의해야 채무한도 상향을 처리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은 백악관을 압박할 수 있다면 일시적 디폴트도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어서 사태를 낙관적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백악관이 요청한 채무한도 조정안은 지난달 31일 하원에서 부결됐다.

리다오쿠이(李稻葵)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디폴트 위험이 존재한다. 미 의회는 불장난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