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입점 中企, 수수료에 허리 휜다
입력 2011-06-09 21:24
주요 백화점들이 중소기업인 입점 업체들로부터 매출의 29.3%가량을 수수료로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테리어 비용을 억지로 부담하게 하거나 할인 행사를 강요하는 등의 부당한 요구도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롯데·현대·신세계 백화점 등 상위 3개사 입점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지난해 평균 판매 수수료율이 29.3%로 집계됐다고 9일 밝혔다.
수수료율은 롯데(30.87%), 신세계(28.59%), 현대(28.17%)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화점에 들어간 지 1∼2년가량 된 입점업체의 수수료율은 평균 40%에 이를 만큼 높게 책정돼 있다. 품목별로는 피혁·잡화(34.1%), 남성 정장(33.5%), 여성 정장(33.1%), 화장품(31.0%). 가공식품(26.2%), 가전제품(18.7%) 등 순으로 수수료율이 높았다(복수응답).
한 입점업체 관계자는 “월 매출이 1500만원밖에 안 되는 곳은 수수료율이 25%만 돼도 매달 200만원 정도 손해를 본다”며 “백화점에 수수료 맞춰주는 데 허덕이느라 직원들 퇴직적립금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과 중소업체 간 불공정 거래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백화점 경영진 친인척을 입점시키기 위해 기존 입점 업체를 쫓아내거나 10% 미만의 파격적인 수수료율을 적용해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해 놓고 큰 하자가 없는 국산 제품을 취급하는 입점 업체들은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이런 불공정 거래 가운데 입점업체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사례는 ‘인테리어 비용 부담 강요’(54.9%·복수응답)로 나타났다. 이 밖에 ‘판촉 및 세일 행사 참여 강요’(48.4%), ‘수수료율, 매장 위치 선정 등에서 동종 해외브랜드와 차별대우’(27.5%), ‘신설점 및 지방점 입점 강요’(26.8%), ‘일방적인 거래가 인하 요구’(20.9%) 등이 꼽혔다.
그럼에도 입점업체가 백화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는 ‘백화점 퇴출’이 두렵기 때문이다. 입점기업 대부분이 백화점을 통해 매출의 80% 이상을 얻고 있어 백화점에서 쫓겨나면 즉각 도산 위기에 처한다. 의류 관련 업종의 유통망이 사실상 백화점만으로 국한돼 있다 보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중기중앙회 조유현 정책개발본부장은 “입점 기업들은 백화점 보복이 두려워 직접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갑·을 관계가 너무 극명한 상황에서 (백화점이) 동반성장을 언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