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체 사정 파문] “내 품질 검사가 납품실적 좌우 내가 잘아는 노래방 매상 올려달라”

입력 2011-06-09 18:22

납품업체 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대기업 직원들의 부도덕하고 뻔뻔한 행태는 법원의 판결문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9일 법원에 따르면 한 철도차량 등 제조·판매업체에서 부품 품질검사를 담당했던 K씨는 2004년 K-1 전차 부품 납품업체 J사로부터 8차례 가요주점 등에서 850여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받았다. 당시 판결문에 따르면 K씨는 납품업체 간부들을 만나 공공연히 “내가 맡고 있는 품질검사 업무가 J사의 납품 실적을 좌우할 수 있다”며 협박했다. 그는 또 “내가 노래방 마담과 친하니 그 집 매상을 올려 달라”고 압력을 넣기도 했다. 집에 일이 있다거나 수술을 앞두고 있다며 거절하는 협력업체 간부들을 끌고 술집에 가기도 했다. 이런 사실이 적발돼 해고된 K씨는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근무시간에 납품업체 직원들과 골프를 치다 해고된 대기업 직원도 있었다. 한 전자회사 계열사 중간간부였던 P씨는 2001년 2월 납품업체인 E사 간부들과 골프를 치고 골프 비용과 식대는 E사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그해 가을에도 휴가를 내고 이들과 골프를 쳤지만 당시 근무기록부에는 모두 정상 근무한 것으로 기록됐다. E사는 그해 이 계열사와의 거래금액이 200억원을 훨씬 넘었다. 법원은 P씨에 대해서도 해고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납품업체들을 상대로 부당하게 부품 단가를 인하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대기업도 있다. 한 대기업은 2002년 12월쯤 부품을 생산하는 하도급 업체 20곳을 상대로 납품 단가를 1.8~2.0%씩 인하하도록 했다. 다음해 봄에는 다른 6개 업체의 납품 단가를 3.4~3.5%씩 낮췄고, 이미 단가를 인하했던 20개 업체에 대해선 납품 단가를 추가로 낮추도록 했다. 공정위는 “정당한 이유 없이 일률적으로 하도급 업체의 납품 단가를 인하했다”며 과징금 16억9000여만원을 부과했다. 이 기업은 당시 공정위가 물린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최종적으로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