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종창 소환 조사… ‘브로커 입’이 살생부 다음은 누구냐

입력 2011-06-09 18:06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수사에서 로비스트의 ‘입’이 열릴 때마다 검찰 수사 대상자도 한두 명씩 늘고 있다.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9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소환 조사를 받게 된 것도 브로커 윤여성씨의 실토가 시발점이다. 윤씨는 검찰에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만나 ‘금감원장에게 부탁해 검사 강도 및 제재 수준을 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털어놨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윤씨에게 현금 7000만원을 받은 은 전 위원을 구속하고, 곧바로 수사 방향을 김 전 원장에게 맞췄다. 은 전 위원은 수감된 이후 “사람(윤씨)을 잘못 봤다. 속이 뒤집어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짧은 시간 내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검찰로서도 윤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계좌추적, 통화내역 분석 등을 통해 정황 증거들을 확보한다 해도 은밀히 거래되는 로비 사건의 특성상 윤씨의 진술이 없으면 수사 진척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찰은 ‘박연차 게이트’나 한명숙 전 총리 뇌물수수 사건 때 핵심 증인들이 재판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 곤경에 처했던 사례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씨의 ‘변심’을 막아야 할 처지다.

수사팀 관계자는 “로비 사건의 경우 사건이 진행되면 브로커 등 돈 전달자가 검사 역할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사건 수임을 맡은 한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윤씨가 금과옥조 같은 존재”라고 전했다.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10년 동안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정·관계 로비 창구 역할을 한 윤씨가 일단 입을 연 이상, 검찰이 그의 로비에 포섭된 또 다른 인사들의 면면도 확보했을 개연성이 크다. 검찰은 윤씨의 골프 접대 내역 등을 토대로 그의 입을 압박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의 1500억원 유상증자 과정과 퇴출 저지 로비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박태규씨, 삼화저축은행과 보해저축은행 정·관계 유착 의혹의 중심에 서 있는 이철수씨 등이 검거돼 수사에 협조하면 검찰에 불려 나올 인사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중수부 수사가 본격 시작된 직후 캐나다로 도피했으며, 이씨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검사 이석환)가 지난달 초 삼화저축은행 불법대출 등에 가담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채 잠적했다.

거물 브로커인 이들은 ‘회장’으로 불리며 정·관계 인사들과 폭넓은 교분을 쌓았다는 점에서 로비 수사를 전혀 다른 국면으로 끌고 갈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소재 불명의 사람들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도 저축은행 비리에 가담한 정·관계 인사들에게 이들 브로커의 입은 살생부와 다름없을 전망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