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숙 한신대 교수 “여성·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 교회, 침묵하면 공모자 되는 것”
입력 2011-06-09 18:02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폭력의 공모자가 되고, 가해자가 됩니다. 오늘날 증가하는 가정폭력 및 약자에 대한 폭력에 교회가 침묵하는 것은 이를 허용하고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양성평등위원회가 9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기독여성 폭력극복 10년 심포지엄’에서 한신대 임희숙(사진) 교수는 이같이 주장하며 한국 교회가 사회적 약자, 특히 여성에 대한 억압과 폭력에 보다 민감해질 것을 촉구했다.
‘일상 속의 폭력 극복-평화의 길 내기’라는 주제의 이번 심포지엄은 2000∼2010년 세계교회협의회(WCC)가 진행한 ‘폭력극복 10년’ 운동의 한국 교회 및 여성 기독인의 성과를 돌아보기 위한 자리였다.
임 교수는 1980년대부터 세계 교회가 펼친 활동을 소개했다. 1988년 WCC 8차 총회가 ‘여성에 대한 폭력’을 ‘죄’이자 ‘하나님에 대한 공격’으로 규정했던 일, 1988∼1998년 진행된 ‘기독여성 10년’ 운동, ‘폭력극복 10년’ 운동의 일환으로 2001년 발표된 ‘던디 선언문’이 ‘여성에 대한 폭력 극복의 10개 조항’을 발표한 일 등이다. 임 교수는 “이 성과는 무엇보다 교회가 여성을 포함한 약자들의 음성을 민감하게 듣게 된 일”이라고 평했다.
임 교수는 다만 “1980년대나 지금이나 한국 교회에는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 참여를 제한’하는 방식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 남아 있다”며 “여성들의 청지기직 사명과 지도적 역할을 제한하고 억압하는 것은 ‘정의로운 평화’를 깨뜨리는 폭력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게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심포지엄에서는 ‘폭력극복 10년’과 관련해 한국 기독교 여성들이 해 온 활동이 영상 등으로 소개됐다. NCCK 여성위원회의 2002년 ‘성폭력 극복과 예방을 위한 교회선언’ 발표, ‘평등한 가족문화 만들기 기독여성 문화제’ 개최 등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교회와사회위원회와 여신도회가 2002∼2004년 진행한 ‘평화문화 만들기 캠페인’,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2003년 진행한 평화문화제, 성매매 근절 활동, 한국여신학자협의회의 2002년 ‘여성 차별과 교회의 폭력’ 심포지엄, 한국기독교가정생활위원회(새가정사)의 2002∼2005년 ‘가정에 평화를!’ 캠페인 등이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