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의 부패 척결 바람 재계로 확산되길
입력 2011-06-09 17:58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내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이 회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삼성테크윈에서 부정부패가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삼성 전반에 퍼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 알려진 삼성테크윈 사태가 빙산의 일각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충격적이다. 계열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감사와 인적쇄신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이 파장이 삼성을 뛰어넘어 다른 기업에까지 미칠 것으로 보여 향후 삼성의 부패 척결작업이 주목된다.
이 회장은 이날 작심한 듯 질책했다. 그는 삼성의 부정부패 사례에 대해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게 부하직원을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결한 조직문화를 자랑하던 삼성에 개인 비리는 물론 조직적 비리까지 벌어지고 있음을 고백한 것이나 다름없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삼성테크윈 사태와 관련해 사소한 비리 외에도 ‘부정의 대물림’이 있었음을 추정케 한다.
그간 기업체는 대부분 내부 비리를 쉬쉬하며 자체적으로 처리해 왔다. 그런데 삼성은 이번에 내부 문제를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 조치가 일반인들에겐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부정부패에 무감각해진 임직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세계 전자업계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나태와 부정 등으로 조직이 병들어간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고 봐야겠다. 물론 군기잡기일 수도 있다. 비리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참에 조직을 다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대적으로 깨끗하다는 삼성이 이럴진대 다른 대기업의 부패는 오죽하겠느냐는 말도 나온다. 사실 기업 비리는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갑(甲)과 을(乙)의 관계를 악용해 납품업체들로부터 금품을 받거나 향응을 제공받는 게 비일비재하다. 법인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공금을 유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차제에 여타 대기업들도 자체 감사 시스템을 강화해 부정부패 척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삼성의 개혁 작업이 재계 전체로 확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