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등록금 인하, 대학이 책임질 부분 많다
입력 2011-06-09 23:11
대학들이 등록금 인하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반값 등록금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달 30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긴급 이사회를 열고 정부의 재정 지원이 등록금 완화의 선결조건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사립대총장협의회도 정부가 사립대 재정을 지원하는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고등교육의 1인당 교육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라는 대학의 주장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대학의 실정을 좀 더 탐색한 여러 보도를 보면 대학이 예산 지원 타령만 할 계제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대학이 거품 등록금에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노력하는 것이 순서이자 도리일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등록금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대학들이 등록금을 받아 학생교육과는 무관하게 사용하거나 기업식 확장을 추구하는 데 원인이 크다. 2000년대 들어 주요 대학들이 랭킹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경쟁적으로 시설 확충에 나섰고 이에 발맞춰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대학이 추구하는 것이 지성보다는 건물인 듯하다. 대학들이 공개하는 교육비 산정 내역도 투명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전국 주요 사립대 100곳이 2010년도 결산 공고한 내역을 보면 등록금을 받아 적립해 둔 돈이 8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한 명당 80만원이 넘는 돈이라고 한다.
물론 대학의 미래를 위해 적립금은 필요하다. 그러나 등록금 문제가 해마다 사회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음에도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가파르게 올려서 차곡차곡 적립금으로 쌓아두는 것은 반(反)지성적이다. 더구나 인상된 등록금이 일차적으로는 교수와 교직원들의 평균 1억원이 넘는 고연봉 구조에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경쟁력이 뒤떨어지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대학들의 예산 타령은 더 이상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대교협이 ‘등록금 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하니 하루빨리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자구 노력 대신에 등록금 인상이나 정부의 지원과 같이 손쉬운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려 한다면 우리나라 대학의 재정구조는 더욱 기이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