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울림으로 200번째 ‘난장’이 벌어진다… 200회 맞은 광주MBC ‘문화콘서트 난장’

입력 2011-06-09 21:22


‘수요예술무대’ ‘음악창고’ ‘김정은의 초콜릿’. 이들은 근근이 버티다 최근 6개월 사이 사라진 음악 프로그램 명단이다. 심야에 편성돼 악전고투했지만 결국엔 시청률이 낮아 폐지됐다. 현재 지상파·케이블 방송을 통틀어 ‘생존’해 있는 음악 프로그램은 손에 꼽힌다.

이런 가운데 광주MBC가 2007년 3월부터 방송해온 ‘문화콘서트 난장’(‘난장’)은 단연 돋보인다. 이 프로그램은 지방에서도 고품격 음악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웅변하고, 시청률 논리를 내세워 단기적 성과에만 급급한 여타 방송사와 연출자를 부끄럽게 만든다. ‘난장’은 수도권 시청자의 경우 케이블 채널이나 인터넷 다시보기 등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한계를 갖지만, 이런 한계가 이 프로그램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훼손시키진 않는다.

‘난장’의 특별함은 200번째 공연을 맞아 준비한 콘서트만 봐도 알 수 있다. 바로 한국 록의 전설인 산울림에 바치는 헌정 콘서트를 여는 것. 1977년 데뷔한 산울림은 대중음악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밴드다. 이번 공연은 ‘살아있는 울림, 산울림을 노래하라’라는 타이틀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플로팅스테이지에서 열리는데, 산울림의 ‘현재’라고 할 수 있는 김창완밴드를 비롯해 가수 정엽, 힙합듀오 가리온, 펑크밴드 노브레인, 인디밴드 국카스텐 등이 출연한다. 이들은 산울림의 노래를 새롭게 해석해 들려줄 예정이다.

지난 8일,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난장’의 김민호 PD는 “지난해 김창완 선생님으로부터 ‘동생이 세상을 뜬 뒤 의지할 곳이 없어 음악에 다시 집중하게 됐다’는 얘길 들었다. 이때부터 기회가 되면 꼭 한번 산울림을 조명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말했다. 3형제로 구성됐던 산울림에서 막내이자 드러머인 김창익은 2008년 교통사고로 숨졌다.

‘난장’ 제작진에게 이번 공연은 ‘200회’ ‘산울림 헌정공연’ 같은 타이틀을 떼내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방송가의 중심인 여의도에서 공연을 열기 때문이다.

“방송국들을 상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당신들이 시청률 안 나온다고 없앤 프로그램, 본질에 충실한 뮤지션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그런 프로그램을 우린 변방에서 이렇게 이어오고 있다’는 것을.”

‘난장’의 슬로건은 ‘변방에서 중심으로’다. 이런 모토 아래 제작진은 그간 폐지 압력을 이겨내며 이 자리까지 왔다. 김 PD는 지난 4년을 이렇게 회상했다. “회사로부터 ‘왜 (서울이 아닌) 광주에서 이걸 해야 하느냐’는 말을 숱하게 들었어요. 폐지 위기도 많았죠. 그때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아냈어요. 광주에서도 서울 방송사들이 다루는 내용을 제작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날 만난 김 PD를 비롯해 ‘난장’의 음악감독, 카메라감독 등은 하나같이 프로그램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국내 최고의 음악 프로그램은 ‘난장’이라는 것이다.

전용석 음악감독은 “4년 동안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라이브 공연’의 진수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이번 산울림 헌정공연에 오시는 관객들에게 최고의 공연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난장’이 만든 산울림 헌정공연은 다음달 초 광주MBC를 비롯해 아리랑TV 등 각 케이블 채널을 통해 방송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