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승룡 호남신대 명예총장이 권하는 ‘존재에의 용기’

입력 2011-06-09 14:12


[미션라이프] 내 인생에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책 중 한 권이 20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폴 틸리히(Paul Tillich, 1886~1965)의 ‘존재에의 용기’(The Courage To Be·책 사진은 존재의 용기)이다.

이 책은 틸리히의 ‘조직신학’(Systematic Theology) 전 3권과 더불어 그의 가장 기념비적 저서로 평가받는다. 이 책에서 틸리히는 그리스도교 메시지는 상황으로부터 기인한 실존적 문제들에 성실히 응답해야만 한다는 ‘상관관계의 방법’(the method of correlation)을 따라 현대인들이 직면하는 불안(anxiety)의 문제에 응답하고 있다.

내용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난해한 이 책의 내용을 간략히 설명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간추려본다면, 틸리히의 논지의 출발점(상황에서 기인한 실존적 질문)은 현대인들이 직면하는 세 가지 종류의 불안들이다.

첫 번째 종류의 불안은 ‘운명과 죽음에 대한 불안’인데 모든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불안이다. 이 불안은 자신의 삶이 우연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에 의하여 지배받고 있으며, 그 뒤에는 죽음이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오는 것이다.

두 번째 불안은 ‘허무와 무의미성의 불안’이다. 삶에 궁극적 목표가 없거나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음을 깨달을 때 직면하는 허무와 무의미함으로부터 오는 불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종류의 불안은 인간이 부분적으로 극복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인간은 자신의 삶의 우연성과 예측 불가능성을 운명에 순응함을 통해 극복하거나 죽음이 주는 불안이나 허무와 무의미함으로부터 오는 불안을 극단적인 행위인 자살을 통해 극복하기도 한다. 또는 자신보다 더 가치 있다고 믿는 어떠한 대상에 헌신하고 희생함을 통해서 부분적으로 극복하곤 한다.

그러나 마지막 세 번째 불안은 인간의 어떠한 노력을 통해서도 극복될 수 없다. 이것은 ‘죄책과 정죄의 불안’이다. 인간은 자신이 본질적 존재가 아니라는 것 즉, 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로부터 주어질 형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도덕적 요구들을 부인’(무법주의, anomism)하거나 또는 그 ‘요구들을 충실하게 수행’(율법주의, legalism)하여 죄책과 정죄의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지만 이러한 모든 시도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인간이 도덕적 요청을 부인하고자 해도 마음속엔 여전히 정죄에 대한 불안이 남아있으며, 동시에 어떤 인간도 정죄의 불안을 제거할 만큼 율법을 완전히 준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틸리히는 이러한 모든 삶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의 ‘자기-긍정’(self-affirmation)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존재에 참여함을 통해 죽음과 운명의 불안을 이겨낼 수 있고, 세상을 초월한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으며, 하나님의 자비하심과 용서를 통해 정죄의 불안을 극복할 수 있다. 즉, 자신이나 다른 대상으로부터가 아니라 모든 용기의 근원이 되시는 하나님으로부터 또한 그분의 사랑으로부터 삶의 긍정적 요소를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신앙이며, 존재에의 용기이다.

비록 이 책이 일반 성도들이 읽기에 난해하고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서점들에 홍수처럼 넘쳐나는 자기계발 서적들이나 자기긍정의 서적들이 따라올 수 없는 깊은 통찰력과 탁월한 해답을 제시하는 위대한 명저임에 틀림없다.


황승룡 호남신대 명예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