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檢수사, 회계법인으로 ‘타깃 이동’

입력 2011-06-08 18:40

부실저축은행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이들 은행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도 향하고 있다. 거액의 불법대출과 분식회계가 이뤄졌는데도 제때 적발하지 못한 회계법인의 부실감사 과정은 물론 부적절한 뒷돈 거래가 있었는지가 수사 대상이다.

보해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지검이 보해저축행의 회계감사 업체였던 안진회계법인을 압수수색한 것은 그 신호탄이다. 검찰은 안진회계법인이 보해저축은행의 회계 업무를 수년간 맡아오면서 은행 측의 요구를 감사 결과에 적극 반영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회계법인이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이미 정해둔 상태에서 감사 결과를 여기에 짜 맞췄을 가능성도 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 BIS비율이 일정 기준에 못 미치면 저축은행은 금융감독당국의 검사를 받게 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은행과 회계법인이 공모했을 개연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보해저축은행 외에도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를 부실감사한 회계법인의 책임자들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형사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8일 “부산저축은행은 이미 2조원이 넘는 분식회계가 드러난 만큼 회계법인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하다”며 “정황에 따라 회계법인 관계자의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현재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회계법인 관련자 소환 일정 등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의 부실감사가 부산저축은행의 불법대출 및 분식회계 등 비리 사건을 초래한 주된 원인 중 하나라는 사실은 이미 지난달 검찰 수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 등 21명을 기소하면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부산저축은행 계열사들은 2008년과 2009년 결산과정에서 1조원대의 당기순손실을 당기순이익으로 조작했다. 결과적으로 2조4533억원의 분식회계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회계법인의 감사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영업정지된 부산저축은행 계열사 5곳 중 부산·부산2·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 4곳은 2009회계연도에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감사 의견을 받았다. 계열사 중 대전저축은행 한 곳이 유일하게 ‘의견거절’ 결정을 받았지만 당시 이곳은 이미 부실화해 금융감독당국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한 시점이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