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 잠적한 김종창씨 부산저축銀 관련 3대 의혹

입력 2011-06-08 22:05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김 전 원장은 8일까지 검찰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검찰이 소환 통보를 했지만 김 전 원장이 날짜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의혹과 추측이 쏟아지는 데도 김 전 원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 전 원장에 대한 의혹은 크게 세 가지다. 부산저축은행의 브로커 윤여성씨는 지난해 2∼10월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에게 “금감원장에게 부탁해 검사 강도 및 제재 수준을 완화해 달라”며 모두 7000만원을 건넸다. 은 전 위원은 실제 김 전 원장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상대로 부산저축은행 측의 구명 로비가 있었는지, 금품이 오갔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 검사 과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소명돼야 한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공동검사를 벌이려던 금감원 검사반원에게 사전 보고 없이 검사를 나갔다는 이유로 철수를 지시했고, 검사는 일주일 중단됐다. 김 전 원장은 같은 해 4월 정창영 감사원 사무총장을 직접 찾아가 감사원의 저축은행 감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 취임 직전까지 등기이사로 있던 아시아신탁을 둘러싼 미스터리도 커지고 있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전망이 불투명하던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90억원을 투자, 결과적으로 부산저축은행이 ‘8·8클럽’(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 8% 미만)에서 퇴출되는 것을 막는 데 일조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아시아신탁이 출자한 아시아자산운용의 지분 9.9%를 보유했다. 세 회사의 지분 구조가 상호출자 형태로 얽혀있는 점을 보면 김 전 원장이 어떤 식으로든 부산저축은행 지원에 나섰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김 전 원장은 의혹이 불거진 직후 자취를 감췄다. 서울 여의도 자택에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다만 시내 모처에서 변호사와 소환에 대비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졌다. 검찰이 여전히 그를 ‘참고인’ 신분이라고 규정한 만큼 김 전 원장은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김 전 원장은 검찰에 출두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도 김 전 원장 소환에 신중하다. 조사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지만,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다는 진술이나 물증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원장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점이 확인되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입증이 쉽지 않다.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막혀 있는 셈이다. 검찰은 김 전 원장에게 9일 출석할 것을 다시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