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계파갈등은 봉합됐지만… 여전한 ‘전대룰’ 불씨

입력 2011-06-08 18:37


7·4 전당대회 룰 확정 과정에서 불거진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이 표면적으로는 하루 만에 봉합됐다. 그러나 분란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어 전당대회 경선 과정에서의 후폭풍을 예고했다.

황우여 원내대표 주재로 8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회의에서는 전날 이해봉 전국위의장의 의사진행 방식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친박근혜계인 이 의장은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에서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마련한 ‘1인1표제·여론조사 배제’를 골자로 하는 전당대회 당헌·당규 개정안을 부결시키는 과정에서 위임장을 제출한 위원들의 의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회의에선 “이 의장의 의사진행과 결론이 관행으로 보나 상황으로 보나 하자가 없었고, 명백히 잘못된 것이 없어 결론을 뒤집을 수 없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안형환 대변인은 이 같은 회의 결과를 전한 뒤 “다만 앞으로도 위임장의 성격에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당 사무처에서 위임장에 의사위임 여부를 명시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결론을 내리기까지 진통은 상당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중진회의에 앞서 가진 비대위 조찬회의에서 “전국위 회의 운영이 민주적 절차를 제대로 밟았는지 강한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전국위에 재의를 요청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표 권한대행인 황 원내대표에게 유권해석을 요구하기도 했다. 중진회의에서는 이윤성 의원이 “언론에서 신주류와 구주류의 싸움이라고 해석하는데 이러다가 (당이) 망한다”고 비판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회의에서 전국위 결론을 인정해야 한다고 의견이 모아지자 굳은 표정으로 “더 이상 문제삼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위임장 행사를 둘러싼 법적 소송 등 논란이 이어질 경우 전당대회 개최에 차질이 빚어질 뿐 아니라 당이 일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이 한발 물러선 것은 전국위에 재의 요청이 이뤄지더라도 재석 위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재의결이 된다는 점에서 전날 결정을 뒤집을 수 있을지 명확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구주류인 친이명박계는 속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다. 친이계 초·재선 모임인 ‘민생토론방’은 전국위 회의가 끝난 뒤 국회에서 가진 긴급 회동에서 의결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의견을 모으고, 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하기로 했다. 한 의원은 “위임장이 의장에게 의결권까지 주는 것은 아니다”며 “그런 논리라면 대기업의 주주총회 사회자는 대주주나 다름없게 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은 비대위가 당내 총의도 묻지 않고 전대 룰을 결정해 버린 것이다. 정 위원장은 이 정도면 사퇴하는 것이 맞다”고도 했다. 다른 의원은 “1인2표제가 되면 한 표는 무조건 당협위원장 부탁대로 찍기 때문에 계파 투표가 된다”고 주장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