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부품 납품 비리?… 이건희 회장 ‘삼성테크윈 나태와 부정’ 질책, 도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11-06-08 22:00


K-9 자주포를 생산하는 방위산업체 삼성테크윈 임직원들이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자체 감사에서 적발돼 오창석(61) 사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감사결과를 보고받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강하게 질책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다.

오 사장은 8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삼성사장단회의에서 이 회장이 질책했다는 사실을 김순택 미래전략실장(부회장)으로부터 전해 듣고 곧바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지난 2일 감사결과를 보고받고 “삼성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되고 있다”며 “전 그룹 구성원들에게 ‘나태와 부정을 저지르면 큰일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고 삼성은 밝혔다. 삼성테크윈은 이사회와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후임 사장을 정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

삼성은 그러나 삼성테크윈 임직원들의 구체적인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K-9 자주포 등 군수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이 비리를 저지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K-9 자주포 부품의 품질 불량 문제로 검찰조사를 받고 국회에서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 8월에는 파주시 국도변에서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던 K-9 자주포의 조향 장치가 반대로 작동하면서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사결과 K-9 자주포 엔진의 힘을 바퀴에 전달하는 부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같은 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따른 최초 대응사격 때 해병대 연평부대에 배치된 K-9 자주포 6문 중 절반인 3문만 작동했다.

이런 사고가 잇따르자 삼성 미래전략실 감사팀이 지난 2월부터 20여명을 동원해 집중 감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임직원들의 비리가 적발된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비리를 저지른 임직원이 한두명이 아니고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삼성 관계자는 “K-9 자주포와 관련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삼성테크윈 임직원들이 협력업체들로부터 돈과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적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받은 돈의 액수와 향응 정도에 대해서는 “기업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복수의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다른 기업 같았으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회장은 임직원들의 비리와 관련,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고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오 사장은 부정행위에 연루되지 않았지만 지휘 책임을 지고 사표를 낸 것이라는 게 삼성의 설명이다. 오 사장은 삼성테크윈에서 전무와 부사장을 거쳐 2008년 5월 대표이사로 승진했었다.

삼성그룹의 사장이 정기인사철이 아닌 시기에 경질된 것은 2007년 당시 에스원 사장을 제외하면 드문 일이다. 이 회장이 그만큼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2007년 에스원 당시 이우희 사장은 직원이 고객의 집에 들어가 강도행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난 데다 거짓해명까지 탄로가 나면서 물의를 빚자 물러났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