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장관 “대통령 역할은 감독, 재정부는 포수”

입력 2011-06-08 18:18

“대통령은 감독, 기획재정부는 포수 역할을 해야 한다.”

난해한 경제이론으로 기자들을 난감하게 했던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이번에는 야구광답게 야구용어를 구사하며 야구를 잘 모르는 기자들을 당황시켰다.

박 장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재정부는 내야 수비도 지휘하고 투수도 리드하는 포수 역할을 해야 한다”며 “패스트볼(passed ball·포수가 투구를 뒤쪽으로 빠뜨리거나 놓치는 것) 같은 결정적 실책이 없도록 몸을 던져 경기에 열중하다 보면 체력이 많이 소모되지만 재정부의 엄정한 소명에 비춰볼 때 그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7월 복수노조 시행되고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물러났으면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을 텐데 나는 ‘홀드’(자기 팀이 리드하는 상황에서 등판해 다음 투수에게 리드하는 상황을 물려주고 강판한 투수에게 주어지는 기록)다. (재정부에서는) 윤증현 전 장관이 3회부터 7회까지 롱 릴리프(긴 이닝을 던지는 구원투수)로 승리 요건을 갖췄다”고 했다.

박 장관은 일반의약품(OTC)의 약국 외 판매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좀 더 나은 시스템을 위한 진통으로 이해해 달라”며 조만간 재추진할 것임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앞서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 부처 간에 여전히 ‘칸막이’가 남아 있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하나의 팀으로 대응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기자간담회 직후 개인 페이스북에 부처 칸막이를 비판한 중국 지식인 이종오의 ‘화살 톱질하기’(鋸箭(거전)) 이야기를 소개했다. 화살을 맞은 사람이 병원에 갔더니 외과 의사가 몸 밖으로 드러난 화살을 톱으로 잘라낸 뒤 “몸속의 화살촉은 내과의사의 소관”이라고 발뺌했다며 “공직자들은 이런 모습이 늘 혹시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