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50년] 김종필 초대 중정부장, 정권의 2인자 군림
입력 2011-06-08 21:32
역대 정보기관 수장들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지만 비참한 말로를 맞은 경우도 적지 않았다.
중앙정보부 초대 부장을 지낸 김종필 전 총리는 중정 창설의 주역으로 명실상부한 정권의 2인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중정에서 나온 뒤 1인자를 넘본다는 의혹 때문에 ‘친정’으로부터 줄곧 감시받는 부침을 겪었다.
김형욱(4대) 부장의 개인사도 드라마틱하다. 박 전 대통령의 신임으로 역대 최장인 6년3개월 동안 중정 부장을 하며 권력을 누렸다. 그러나 퇴임 후 미국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고 유신정권의 비리를 폭로하다 중정 요원들에 의해 프랑스로 납치돼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락(6대) 부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1972년 10월유신과 7·4남북공동선언을 주도했지만 퇴임 후 영국령 바하마로 망명했었다. 김재규(8대) 부장은 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을 시해하고 이듬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신군부가 탄생시킨 5, 6공화국의 국가안전기획부장들도 순탄치 못했다. 전두환(10대) 전 대통령, 이희성(9대) 유학성(11대) 장세동(13대) 안무혁(14대) 이현우(19대) 부장이 군사반란과 비자금 조성 및 관리 혐의로 줄줄이 기소됐고, 당시 최고 실세로 군림했던 장 부장은 세 차례나 옥살이를 했다. 김영삼 정부 첫 안기부장인 김덕(20대) 전 부총리는 재직 시절 지방선거 연기 공작을 주도한 혐의로 부총리에서 낙마하기도 했다. 권영해(21대) 부장도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공안사건 조작 등으로 네 차례나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한 뒤에도 수장들의 시련은 이어졌다. 이종찬(22대) 원장은 언론장악 시나리오를 담은 대책문건 유출로 검찰 조사를 받았으며, 천용택(23대) 원장도 99년 대선자금 관련 발언으로 7개월 만에 물러났다. 임동원(24대) 신건(25대) 원장도 불법 감청에 연루돼 검찰에 구속됐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