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훨훨’ u보금자리론

입력 2011-06-08 21:20


“시중은행에서 문전박대 당한 게 엊그제 같은데….”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형 장기 주택담보대출채권(모기지론) 상품인 u-보금자리론이 출시된 것은 지난해 6월. 당시엔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본 시중은행들의 ‘무시’로 빛을 보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1년이 흐른 지금 판매 실적 5조5000억원의 대박상품이 됐다. 판매처도 기업은행과 삼성생명 2곳에서 이젠 4대 시중은행을 포함, 11개 은행이 판매를 원하고 있다.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 u-보금자리론의 성공은 임직원들의 삼고초려로부터 시작됐다.

주택금융공사는 u-보금자리론 출시를 앞두고 대출 신청, 서류 심사, 채권관리 등을 모두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인터넷 자동심사 모델을 개발했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은행에 내야 하는 0.4%의 채권관리 수수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고정금리임에도 연 4.6% 안팎의 저금리로 대출해줄 수 있는 이유다.

그런데 문제는 은행이었다. 채권관리 수수료를 받을 수 없는 은행들이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규진(47) 당시 TF팀장이 은행을 찾을 때마다 “수익이 안 나서 못하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를 준 곳은 개인 수신 기반이 취약한 기업은행이었다. 임직원이 총출동했다. 임주재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윤용로 당시 기업은행장을 직접 만나 담판을 벌였다. 김규호 이사(사업본부장)은 상품 담당 임원을, 이 팀장은 실무진을 만나 설득했다. 기업은행은 결국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1년간 독점판매한다는 조건으로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보험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이 독점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시중은행의 의구심과는 달리 u-보금자리론은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열풍을 몰고 오며 출시 두 달 만에 무려 6000여건, 7000억여원의 실적을 거뒀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폭락, 가계 부채 확산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변동금리보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고정금리 대출에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덩달아 기업은행은 개인 고객 확보는 물론 카드 판매 실적까지 상승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당시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던 시장 상황과 개인 고객 확보를 추진하던 기업은행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났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초기 은행들이 계약을 거부하면서 팀원들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원형탈모까지 생겨났다”면서 “미운오리새끼가 1년 만에 백조가 된 모습에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