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원조” 지자체 관광자원 신경전… ‘상생’ 거북선 사업 교훈 삼아야
입력 2011-06-08 17:40
지방자치단체들이 전국 곳곳에서 ‘관광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8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인천 서구와 충남 태안군은 정서진(正西津)의 관할권을 둘러싸고 공방 중이다. 양측은 정서진이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正東津)처럼 전국적인 명소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구는 오는 10월 초 정서진 지정선포식을 개최할 계획이다. 서구의 위치가 서울 광화문을 기준으로 할 때 정서 방향이라고 주장하면서 특허청 상표등록 출원과 인터넷 도메인 등록을 마쳤다. 반면 한반도 중심을 기준으로 잡고 있는 태안군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미 2005년 만리포해수욕장에 정서진 표지석을 세웠는데 서구가 뒤늦게 명칭을 도용했다는 주장이다. 군은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제1회 만리포 정서진 선포식 및 기념축제’를 연다.
대구시와 경북 경산시는 팔공산 갓바위(보물 431호)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경산시는 갓바위의 위치가 행정구역상 경산시에 있는 점을 감안해 관광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팔공산과 갓바위를 관광자원화해 왔던 대구시와 대구 동구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와 충남 부여군은 백제시대 ‘서동왕자(백제 무왕)’의 근원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두 지자체는 각각 서동왕자와 관련된 행사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선 상태다.
전북 장수군과 경남 진주시도 조선시대 의기(義妓) 논개의 연고권을 주장하고 있다. 장수군은 논개의 출생지, 진주시는 논개의 순국지임을 주장하며 지금까지 각각 ‘의암주논개축제’와 ‘진주논개제’를 개최해 왔다.
지자체 간 다툼이 법정 분쟁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다. 전남 장성군과 강원도 강릉시는 2009년 홍길동 캐릭터 상표권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였다. 소송에서 패한 강릉시는 10여년간 도시 대표 이미지로 사용한 홍길동 캐릭터를 장성군에 내어줬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성진 관광산업연구실장은 “정확한 판단 기준이 있는 사안이라면 신속하게 판정을 내려 지자체들이 헛수고를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이순신 장군과 거북선 관련 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던 남해안 지자체들이 최근 힘을 모은 것처럼 지자체끼리 상생할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