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단 총회 선거, ‘투명’ 돋보였다… 제도 개선 움직임

입력 2011-06-08 17:09

[미션라이프] “세상을 선도하지는 못 했지만, 이제라도 부끄럽지 않은 제도를 만들자!”

기독교계의 선거 제도와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신앙인의 양심’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제도 개선에 나서자는 의견이 나올 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 지침이 만들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제도가 엄격하게 바뀔 때 선거 풍토 또한 변화됐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기독교대한성결교회(기성) 등 최근 선거제도를 개편한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등 대대적 변화를 앞둔 교단의 사례들을 살펴봤다.

릐인맥과 금권 차단이 핵심=기장 총회는 지난해 9월 제95회기 총회 때 ‘공청회’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총회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전 한 달 동안 전국 7개 도시에서 연달아 공청회를 여는 제도다. 목사 및 장로 부총회장 후보들은 이를 통해서만 소견 발표 및 질의·응답을 할 수 있으며 그 이외의 만남은 모두 불법으로 간주된다.

이는 후보들이 소견을 공식 발표할 자리가 거의 없어 인맥에 따른 사적인 만남, 식사 대접, 금품 전달 등이 자행돼 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기장 총회 관계자들은 “공청회 제도를 통한 95회기 선거는 만족스러울 만큼 투명했다”고 자부했다.

올해 9월 총회를 앞두고 기장은 이 제도를 한층 다듬고 있다. 지역뿐 아니라 총회 내 정책부서 또는 단체들과도 공청회를 갖는 방안이 그 하나다. ‘목회’ ‘생명’ ‘여성’ 등 주제별 정책 토론을 벌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또 지역별 공청회 때는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 행사를 겸해 축제형 선거 문화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다.

릐돈 안 써야 좋은 선거=기성 총회는 지난 5월 105년차 총회에서 “돈 안 쓰는 선거를 만들자”는 취지로 선거법 개정안을 일괄 처리했다. 선거 운동 기간을 45일에서 15일로 단축하는 것과 선거운동원제 및 입후보자 예비등록제를 없애자는 것이다.

정책토론회를 없앤 것도 같은 이유지만 도입한 지 얼마 안 제도를 없앤 데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기장 총회의 사례처럼 정책토론회가 잘 정착되면 인맥과 금권 선거를 지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후보들은 총회 전까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만 소견과 정책을 알릴 수 있다.

릐선출 방식 변화도 방법=오는 9월 예장 통합 총회의 96회기 총회 첫 안건은 ‘맛디아식 선출 방식’ 도입이다. 총대들이 여러 후보들 중에서 두 명을 직접 선거로 선출한 뒤, 두 후보가 단상 위에 앉은 가운데 노회장들이 제비뽑기로 최종 선출하는 방식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가룟 유다를 대신할 제자를 뽑은 방식(행 1:23~26)에 근거하며 금품 수수와 선거 과열을 막을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해 9월 95회기 총회 때 헌의됐다가 “다음 회기에 처리”하기로 했다.

통합 총회 관계자는 “한 차례 미뤄진 만큼 이번에는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 시행안을 만들기 위해 규칙부가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제비뽑기에 앞선 직접선거에서도 부정적 관행을 근절시키기 위해 세부 규정들을 손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시도들에 대해 지난해 기장 선거관리위원을 지낸 한신대 김주한 교수는 “교계 선거의 문제들은 폐쇄적·인맥 중심 문화에서 기인힌다”면서 “사람이 바뀌어도 계속 깨끗한 선거가 유지되려면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계속 노력하면 세상에 부끄럽지 않은, 나아가 세상을 선도하는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